고대사회 사람들에게 가장 무서운 존재는 자연이었다. 비, 바람, 우뢰 등 인간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자연의 액운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그러므로 모든 자연은 두려움과 존경의 대상이었다.
이럴 때 인간의 나약함을 지켜줄 수호신이 필요했다. 요사스런 귀신이나 사악을 물리칠 수 있는 벽사(壁邪)로 무시무시한 도깨비를 설정하게 된다.
중요한 물건을 넣어둔 장롱의 자물쇠에 도깨비상을 조각하고, 집을 짓고 지붕을 덮을 때 만들어 세우는 망와(望瓦)에 도깨비 문양을 넣는다. 망와란 「망을 보는 기와」이니 집의 맨 꼭대기에서 집안에 악귀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망을 보라는 의미다.
집뿐만 아니고 높은 분의 무덤을 지키는 석수(石獸), 절이나 궁궐을 수호하는 석물들이 도깨비상이다. 이처럼 귀족문화의 산물이었던 도깨비가 평범한 일상으로 내려오면서 차츰 민중과 가까운 친근감 있는 존재로 단순화되기 시작한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도깨비를 무서우면서도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만들어 놓은 거다. 그건 바로 우리 문화의 특징인 외경심과 해학성의 조화와 맞아 떨어진다.
그리하여 도깨비가 허구와 상상속의 이야기 주인공이 되면서 더 가까워진다. 도깨비는 장난을 좋아하고, 잘생긴 여자를 탐하고, 밤길 가는 사람과 괜히 시비를 걸어 씨름이나 하고, 혹부리 영감의 혹을 탐내기도 하고, 금방망이 은방망이로 벼락부자도 만들어 주는 우리 가까이에 있는 이웃집 아저씨 같은 존재로 탄생시킨다.
마치 두려움의 대상인 호랑이를 곶감에 놀라 도망가게 하거나, 썩은 동아줄을 타고 하늘에 오르다가 떨어지고, 토끼에게 속아 꼬리를 냇물에 담갔다가 꽁꽁 얼어 안절부절못하는 어수룩한 동물로 만들어 내는 것과 맥이 같다.
얼마 전 거제향교 대성전 출입문 양쪽에 있던 목조각 도깨비상 2개를 도난당했다고 한다. 도깨비 체면이 말이 아닌 참 황당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