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후이관沐猴而冠)
목후이관沐猴而冠)
  • 거제신문
  • 승인 2016.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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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광 논설위원

목후(沐猴)는 낯 씻기를 좋아하는 원숭이를 말한다. 원숭이는 사람과 비슷한 모습으로 흉내를 잘 내는 탓에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그것과 유사한 구체적인 이미지로 표현하는 알레고리 기법의 소재로 자주 등장한다.

오왕(吳王)이 저산(狙山)에 올랐을 때 다른 원숭이들은 모두 도망가는데 유독 한 녀석만은 자기의 재빠름을 믿고 남아서 나뭇가지에 매달려 재주를 부렸다. 왕이 활을 쏘자 원숭이는 냉큼 화살을 손으로 잡았다.

두 번째도 잡았지만 손이 두 개라 다음 화살에 맞아 죽었다. 왕이 옆에 있는 친구 안불의(顔不疑)에게 "이 원숭이는 자기 재주만 믿고 방자하다가 죽음에 이른 것이네. 자네도 그 잘난 체하는 얼굴로 교만하지 말게나" 장자(莊子) 서무귀(徐無鬼)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주제 파악을 못하고 약간의 재주로 경거망동하다가는 큰 코 다친다는 교훈으로 쓰인다.

한(漢)의 유방(劉邦)이 진(秦)의 수도 함양(咸陽)을 함락했지만 항복한 진왕 자영(子)을 죽이지 않았다. 그러나 늦게 입성한 초(楚)의 항우(項羽)는 자영을 살해하고 화려하고 장엄했던 아방궁을 사흘 밤낮에 걸쳐 불태워 버린다.

그때 한생(韓生)이 "관중(關中:함양)은 지세가 강과 산으로 에워쌌고, 땅이 기름져 수도로 정하면 천하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하고 건의하자 항우는 "부귀를 차지하고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은 '비단옷을 입고 밤길을 걷는 것(錦衣夜行)'과 같다"며 일축한다. 한생은 탄식하면서 "초인(항우를 말함)은 원숭이가 관을 쓴 것(沐而冠)과 같다더니 그 말이 맞군". 이 말을 들은 항우는 한생을 가마솥에 넣어 삶아 죽인다. 그 후 항우는 유방에게 함양을 빼앗기고 마침내 해하(垓下)에서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전술에 말려 대패하여 쫓기다가 오강(烏江)에 이르러 자살하고 만다.

올해는 원숭이해다. 자기의 능력에 걸맞지 않는 감투를 쓴 목후이관의 작자들이 설치지 않도록 경계하는 한 해가 돼야 한다. 더구나 올해는 선거가 있는 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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