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四面楚歌)
사면초가(四面楚歌)
  • 거제신문
  • 승인 2016.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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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 적들로 둘러싸여 있을 때 '사면초가'라는 말을 쓰는데 이는 본래 의미가 바뀐 경우다. 사면초가(四面楚歌)를 직역하면 사방에서 초(楚)나라의 노래가 들린다는 뜻이다.

초(楚)의 항우가 유방에게 쫓겨 해하(垓下)에 이르려 한(漢)의 명장 한신에게 포위를 당했다. 어느 날 밤 구슬픈 초나라 노래가 사방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지칠 대로 지친 초나라 군사들은 고향의 노래를 듣자 갑자기 밀려드는 향수에 눈물을 흘리며 부대를 이탈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유방의 장자방 장량의 작전이었다. 전세를 돌이킬 수 없다고 여긴 항우는 사랑했던 애인 우희(虞姬)와 함께 자결하고 만다.

한나라가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무기가 아니라 노래였다. 춘추전국(春秋全國)시대 한(韓)나라에 노래 잘하는 한아(韓娥)라는 여인이 있었다. 그가 슬픈 노래를 부르면 모두가 눈물을 흘리며 굶는 줄도 몰랐고, 유쾌한 노래를 부르면 모두가 춤을 추며 즐거워했다. 그녀가 떠난 후에도 노래의 여음은 사흘 동안 대들보를 싸고돈다고 해서 '여음요량(余音繞梁) 삼일불절(三日不絶)'이라는 말이 생겼다고 열자(列子) 탕문편(湯問篇)에 전해지고 있다. '노래란 실로 무서운 작용을 일으킨다'고 했던 톨스토이의 말이 생각난다.

북한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이 대북 확성기 방송이다. 정치적으로는 최고존엄에 대한 훼손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두려운 것은 남한가요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그들은 북한에서 남한 드라마나 가요를 통해 남한에 대한 동경과 자유가 그리워 마음이 흔들렸다고 한다.

천관우(千寬宇)선생은 그의 수필 휴일(休日)에서 '국민가요'는 애써 보급을 시켜도 잘 되지 않지만 '대중가요'는 그 위력이 대단해서 축음기나 라디오로 몇 번 귓전에 스쳐 가면 그렁저렁 흉내를 내기도 쉽거니와 가사가 어떻게 되느냐고 적으려 덤비는 친구가 곧장 나타나는 노래라고 했다.

이번에도 남한가요가 북한 사람들의 감정을 두드리는 사면초가의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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