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푸르름으로 승화하다.
고통을 푸르름으로 승화하다.
  • 김태영 명예기자
  • 승인 2007.10.22
  • 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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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세차장 옆을 지나가게 되었다.
이 세차장입구에는 전봇대 크기의 느티나무가 있는데 초록 잎사귀가 빼곡이 자리 잡은 가지를 한 껏 늘어뜨리고 있다. 도심 한 복판에서 바람에 나풀거리는 그 초록 가지들은 싱그러움 그 자체였다. 이 광경을 바라보면서 지나칠 때면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셔 보기도 한다.

어느 날, 이 나무를 미소 띠고 바라보며 지나가다 눈이 휘둥그레지며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사람의 생명경시를 알리려 하나, 나무의 생명력을 자랑하려 하나?'

밑둥에 텐트 설치용 철 고리가 박혀 있었다. 하나도 아니고 여러 개가 양 사방으로 박혀 있었는데 그야 말로 ‘이런 몹쓸 짓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우두커니 바라보면서 ‘아프지 않느냐?’고 속으론 계속 물었다.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주인에게 철 고리를 박게 된 경위를 물었다. “한 십년 전에 차양막을 치면서 박았는데 옛날에는 생나무에 못 박는 일이 다반사였다”며 그는 이어서 “요즘들어 지나가던 사람들이 저걸 보고 가끔 심하다고 한 마디씩하고 간다. 조만간 베어 낼 예정이다.”며 나무에 대한 죄의식을 조금은 갖게 된 것으로 보였다.

사진 촬영을 허락하면서 주인은 “어디에 쓸 거냐?”고 묻기에 “생명력이 질기다”는 기사를 쓸거라고 대답했다. 그렇지 않으면 한 가지 대답밖에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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