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분자하면 연상되는 것이 무엇일까?
아마 대개의 사람들은 먹고 오줌을 누면 요강이 뒤집어진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런데 복분자를 한가마니를 먹어도, 복분자술을 한말을 먹어도 요강이 뒤집어졌다는 사례는 아직 없다. 사람들은 복분자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마시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음료 가운데 출시된 지 한 달 만에 무려 1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제품이 있다. 깨어지지 않은 기록을 가진 제품은 바로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이다. 모든 여자들은 이 음료를 마시면서 미인이라는 착각 속에 빠지게 만든 것이다. 여자들은 음료수를 마신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마신 것이다.
2002년 온 나라를 첫사랑의 열풍으로 빠지게 했던 TV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에 방영되고 난 뒤 일본관광객이 제주도보다 더 많이 찾은 곳이 드라마 촬영지인 춘천 남이섬이었다. 사람들은 이야기를 보는 탓이다.
스토리텔링은 이미 산업에서는 일상화돼 있는 용어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통해 관광문화산업을 기획하고 많은 수입을 창출하고 있다. 나비로, 반딧불이로, 고인돌로, 공룡발자국으로 그 지방이 가지고 있는 문화콘텐츠가 지역경제를 살리는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겨울이 되면 꽁꽁 얼어붙어 아무 쓸모없었던 강이 산천어축제로 되살아나 10년 연속 100만 명 이상이 경기도 화천군을 찾고 있다.
지난달 13일 부산시는 올해부터 향후 10년간 1조원을 투입해서 '컬처로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컬처로드에는 6.25때 피난도시였다는 것과 조선시대 개항지였다는 것 등을 스토리텔링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물동량을 자랑하는 부산이 산업도시에서 탈바꿈해 미래 먹거리 산업의 승부수를 관광문화도시에 걸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