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정규 마지막 코스가 확정되는 동안 제주지역에서는 새로운 길이 속속 만들어졌다. 제주시 애월읍 곽금8경, 제주시 오라동 오라올레, 숲을 주제로 한 사려니숲길, 절물휴양림 장생의 숲길, 삼다수숲길이 탄생했다. 생태계의 허파로 불리는 곶자왈 곳곳을 돌아다니는 길도 만들어졌다.
단순한 탐방로에서 진화해 이야기가 있는 길도 등장했다. 유배문화를 찾아가는 길, 화산활동을 체험하는 지질트레일, 용천수 이야기가 담긴 산물여행길 등이 있다. 총연장 80㎞를 목표로 하고 있는 한라산둘레길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현재 제주특별자치도와 각종 단체 등이 파악하고 있는 걷는 길은 대략 27개, 64개 코스에 이른다. 제대로 홍보되지 않은 길까지 포함하면 100개 코스가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도보여행 길이 다양해지면서 탐방객들은 자신의 걷기 능력이나 기호에 맞춰서 코스를 선택하고 있다. 사단법인 제주올레에 따르면 첫 선을 보인 지난 2007년부터 2014년까지 8년 동안 563만9964명의 탐방객이 올레길을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올레길 안전지킴이도 등장했다. 제주시는 올레탐방객들이 안심하고 걸을 수 있는 올레길을 조성하기 위해 취약지역 순찰로 위험요소를 예방하고 올레길과 주변 지역의 종합관광가이드 역할을 함께 할 수 있는 올레지킴이를 2월부터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올레지킴이는 순찰 및 환경정비, 제주올레 안전수칙 홍보와 위험구간 모니터링, 응급상황 발생 시 출동·대처 및 보고, 탐방객 수 확인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올레길 곳곳에는 화살표와 다홍·파랑 색깔 리본이 있어 길을 찾기가 쉽다. 각 코스의 시작점과 끝점에는 제주 조랑말 모양의 올레 마스코트 '간세'가 지키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주기적으로 각 코스를 살피며 청소나 정리가 필요한 구간, 화살표가 훼손되거나 리본이 사라진 구간을 찾아 정비한다고 한다.
제주올레 홈페이지에서는 각 코스의 구간과 거리·소요시간·난이도 등의 정보가 제공돼 각자 적합한 코스를 선택하도록 돼 있다. 코스 시작점을 찾아가는 방법과 볼거리·숙소·식당·화장실·콜택시 전화번호 등도 충실히 담겨 있다.
경북 영덕군의 영덕 블루로드는 매년 80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가고 있다. 또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 관광지 100선에 선정되는 등 명품 길의 명성을 떨치고 있다. 2014년부터 2년 연속 테마관광 부문 소비자 선정 최고의 브랜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빼어난 자연환경 등을 무대로 만들어진 명품 길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관광자원이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관광객 등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각 지자체는 이에 힘입어 경쟁적으로 돈 되는 길을 만들고 있다. 잘 조성된 명품 길이 좋은 관광자원이 된다. 사람과 돈이 몰리기 때문이다. 명품 길 주변 식당과 숙박업소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유명세를 탄 명품 길은 관광패턴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경주의 경우 예전에는 불국사와 첨성대 등의 사적지를 둘러보는 일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동해안의 멋진 자연풍광을 보며 힐링로드를 걷는 웰빙관광이 대세라고 한다.
거제시가 추진하고 있는 섬&섬길은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기에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섬&섬길을 전담하는 부서는 없는 실정이다. 또 홍보활동도 거의 전무한데다 탐방객수 집계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섬&섬길을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적극 활용하겠다고 한 거제시의 공언이 무색한 상태인 것이다.
명품 길의 성공 요건에 수려한 자원경관이 필수적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명확한 사업비전, 철저한 계획, 적극적인 홍보, 관리체계 통합 등이 어우러져야 한다.
섬&섬길이 천혜의 자연경관과 문화·역사자원·스토리텔링이 연계된 명품 길로 도약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