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일대로 판매되며 고로쇠 원산지 둔갑…브랜드화 시급

전국에서 최초로 수확되는 거제고로쇠 수액생산 농가들이 판로개척·유해조수피해·브랜드화 미흡 등의 삼중고를 겪고 있다.
거제고로쇠 수액은 지난 2월초부터 수확되기 시작해 제철을 만났지만 재고로 남은 고로쇠 수액을 폐기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에 거제시는 펜션협회와 관광협회 등 관계 단체와의 협약을 통해 고로쇠 판로를 다양화 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거제고로쇠 수액은 한때 농가당 월 평균 수입이 3000~4000만원이 이를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지만 전국각지의 산지에서 고로쇠 수액이 생산되면서 그 명성이 퇴색하고 있다. 현재 농가당 수입은 10년 전보다 20%수준으로 떨어졌고 판로도 다양하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동부면 구천리와 학동리 일대 도로변에 부스 4개소를 설치, 농가별로 돌아가면서 고로쇠 수액을 판매하고 있다. 전화주문으로 받는 단골 고객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현재 거제고로쇠협회에 등록된 고로쇠 채취 농가는 총 35개로 개인 채취자까지 포함하면 약 50여개 농가가 고로쇠 수액을 채취 중이다.
올해 2월까지 거제시에 접수된 고로쇠 체취 허가 현황에 따르면 동부면 구천·삼거·학동지역 고로쇠나무 3만8526본이며 예상 수액 채취량은 49만9684리터다. 올 고로쇠 수액채취는 유해조수 피해로 인해 작년보다 생산량이 40% 줄어든 상태다.
고로쇠 수액채취 농민 진경환씨(55·동부면)는 "고로쇠 물맛을 알아버린 멧돼지나 고라니가 내년에는 더 기승을 부릴 것 같아 걱정"이라며 "예전에는 고로쇠 축제도 열려 수입이 좋았지만 현재는 전남 지역에서 발생하는 구매를 제외하면 판로가 막막한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로 고로쇠 홍보를 위한 거제고로쇠약수마라톤은 지난 2010년까지 7년 동안 진행됐었다. 거제시는 행사를 위해 거제고로쇠협회에 매년 2000만원씩 지원했지만 이후 정부차원의 단발성 행사 폐지라는 정책기조로 인해 폐지되고 포장용기·시설비 일부를 위해 현재 연 5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박귀화 거제고로쇠협회 사무국장은 "최근 거제고로쇠 수액이 홈쇼핑에도 진출했지만 거제고로쇠의 유명세가 없어 준비수량의 절반 밖에 팔리지 않았다"며 "수요가 많은 광양, 지리산 일대에는 거제고로쇠 수액을 다시 정제해 자기 지역산으로 둔갑시키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거제시 산림녹지과 관계자는 "거제고로쇠 수액이 브랜드화가 되기 위해서는 정제 및 저온 저장시설을 설치하고 정밀 성분분석 등이 선행돼야 하는데 현재 수요와 공급 규모에 비하면 막대한 투자금이 발생해 힘든 점이 있다"며 "특히 거제는 해양관광의 명소로 자리잡고 있어서 임산물인 고로쇠 이미지는 지리산 일대와 광양 백운산에서 선점하고 있는 상태다. 거제시 내 펜션협회, 관광협회와의 업무협약을 추진해 판로 개척에 힘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