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승 틱낫한
나의 스승 틱낫한
  • 거제신문
  • 승인 2016.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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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진국 칼럼위원

▲ 석진국 거제공증사무소 변호사
며칠 전 친구의 아버님이 별세했다. 94세이니 천수를 다 누렸고 크게 고생하지 않고 세상을 버렸으니 호상으로 여길만 하다. 이제 내 나이 60을 바라보니 친구들 부모상을 알리는 문자가 심심찮게 전해져온다. 그럴 때마다 죽음이란 참으로 가까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살아있는 이 삶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예수가 물 위를 걷는 것이 기적이 아니라 내가 살아 숨 쉬는 지금 이 순간이 바로 기적이다."

이 문구를 접했을 때부터 틱낫한 스님은 나의 스승이 됐다. 1926년생이니 이제 90. 건강이 좋지 않다는 뉴스를 접했다. 그의 육신은 노쇠해 사라질지라도 그의 통찰과 가르침은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을 믿는다. 그의 법명은 석일행(釋一行)으로, 불교사상의 사회적 실천을 강조하면서 '모든 불교는 삶에 참여한다'는 참여불교 운동을 주창하고, 민중의 고통을 덜어 주는 실천적 사회운동을 펼쳤다.

베트남전쟁 때는 미국 각지를 순회하며 반전평화운동을 전개하고, 전쟁 난민을 돕기 위한 사회청년봉사학교를 열어 봉사활동을 했다. 베트남 정부에 의해 귀국 금지 조치를 당한 뒤 1973년 프랑스로 망명했고 베트남 전쟁 후 프랑스로 들어오는 보트피플을 위해 수용소를 세워 봉사활동을 했으며 1982년 보르도에 '플럼 빌리지(Plum village)'를 세우고 명상 공동체 활동을 통해 세계 각국의 비구·비구니들과 평화 및 참여불교 운동을 전개했다.

플럼빌리지는 종교와 종파를 넘어 모든 종교인이 함께 수행하는 공동체로서 기독교와 불교, 비구와 속인, 인종과 계층의 차별이 없다. 대화와 관용으로 서로의 가르침을 수용하고, 현대인의 삶에서 종교가 이바지할 수 있는 발전적 방향을 모색한다. 어떤 종교를 믿건 간에, 그 신의 이름이 무엇이건 간에, 힘든 일이 닥치면 누구나 그것을 뛰어넘길 바라고 어떤 초월적인 존재에게 염원한다.

침묵이든 찬송가나 명상이든, 진정한 기도를 통해서 우리는 자신보다 위대한 어떤 존재와 만나게 된다. 그는 종교와 종파, 종교인과 비종교인의 구분을 넘어 모든 현대인에게 진정한 기도의 의미를 되짚게 하고 진정한 평화에 이르게 안내한다.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 행복을 경험할 수 있도록 이끈다.

이 마음속 행복의 씨앗에 물을 주고 괴로움의 씨앗은 돌보지 않고 말라 죽게 함으로써 모든 괴로움을 벗어나 행복하고 자유롭게 살 수 있다. 상호 의존해 존재한다는 관점에서 만물을 볼 수 있을 때 우리는 내면에 있는 깨달음의 본성과 만날 수 있다.

틱낫한 스님은 그의 책에서 '태어남과 죽음을 깊이 통찰하면 태어남 없음과 죽음 없음의 본성을 본다. 그것은 마치 물과 파도 같다. 우리는 파도가 시작되는 한 순간이 있고 파도가 존재하지 않게 되는 한 순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태어남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태어남과 죽음, 파도와 물은 그저 겉모양이고 관념일 뿐이다. 우리는 더 높은 것과 더 낮은 것, 혹은 더 아름다운 것과 덜 아름다운 것 등의 관념을 갖고 있다. 이런 관념 때문에 우리는 괴로움을 겪는다. 이것이 윤회이다'라고 말했다.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한 헬렌 켈러는 시를 읊었다. '만약 내가 3일 동안만 볼 수 있다면'이라는 제목이다.

'나의 선생인 애니 설리번을 찾아가겠다/그리고 선생님의 모습을/나의 마음 속 깊이 간직해 두겠다.//그 다음엔 산과 들로 산책을 나갈 것이다/그리고 저녁이 되면 석양에 빛나는 노을을 보고 싶다.//마지막 날에는/거리의 활기차고 화려한 모습을 구경하고/집으로 돌아와/나에게 3일 동안 세상을 볼 수 있게 해 준/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드리고 싶다.'

우리들은 사흘이 아니라 삼십일, 삼십년, 육십년을 잘 보고 잘 듣고 있으면서 무슨 불만이 그리 많을까? 우리의 욕심을 내려놓고 지금 이 순간, 기적처럼 살아 숨 쉬는 자신으로 돌아온다면 그것이 바로 진정한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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