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등 신흥국의 경기 둔화와 저유가 장기화 가능성 등 대외여건이 불확실해 당분간 선박의 수출 감소는 지속될 것이라는 게 관계 당국의 평가다.
국내 조선 빅3는 올 1월 단 한척의 배도 수주하지 못했었다. 그나마 2월 들어 현대중공업이 3척(3억 달러)을 수주했다. 유조선 2척, 액화석유가스(LPG)운반선 1척 등이다. 업계에선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이 1월에 이어 2월에도 수주하지 못해 수주절벽이 장기화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여기에다 대기오염방지 3차 규제로 인해 선박의 배출가스 규제가 한층 강화된 측면도 선박수주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선사 대부분이 이 규제를 피하기 위해 미리 물량을 확보하고자 지난해 발주 마무리를 끝내 당분간 수주물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조선업계 수주량이 두 달 연속 5척 미만에 그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3~6월 이후 처음이다.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이 80%(CGT 기준)가량 급감했고, 이마저도 중국과 일본 등과 경쟁하다 보니 수주가 이뤄지지 않았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현재 국내 조선 빅3는 2년치 가량의 물량을 확보해 놓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올해 첫 두 달간의 실적이 지속될 경우 2018년부터는 조선업계에 더 큰 후폭풍이 몰아닥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만큼 국내 조선업계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짙다는 말일 것이다.
올해 수주목표를 150억 달러로 잡은 삼성중공업은 아직까지 수주소식이 없다. 다행히 이탈리아 에너지기업 애니(Eni)사의 코랄 FLNG프로젝트 수주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전망들이 나오면서 올해 첫 수주를 기록할지 기대를 모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4분기 흑자전환하면서 일단 한숨을 돌린 상태다. 올해 삼성중공업에서 주목할 점은 삼성전자 글로벌기술센터장을 맡았던 김종호 사장이 지난 1일 삼성중공업 생산부문장에 둥지를 틀었다는 점이다.
해양플랜트에서의 막대한 손실이 삼성중공업을 힘겹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김 사장의 전격적인 발탁은 해양플랜트에서 실적을 내라는 주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 전문가로 명성을 쌓은 김 사장이 제조DNA를 해양선박에 어떻게 접목해 해양플랜트를 효자품목으로 만들지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올해 첫 수주가 언제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최근 한·이란 경제공동위원회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이란 최대 탱커선사인 NITC로부터 약 22조원 상당의 원유수송선과 LNG운반선 등을 수주할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지원을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부유식 LNG 생산설비(FLNG) 1기와 해양플랜트 '송가(Songa Rig)' 4호선 중 마지막 호선을 인도 후 3000억원 규모의 대금이 입금되기 전까지는 실적 개선에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예상만 보더라도 올 1분기까지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형편이다.
재경본부 산하에 위험관리본부를 두며 위험관리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것은 위기 리스크를 줄여 적자부분을 작게나마 해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사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도 위기극복의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풍력발전 사업 철수 등의 정리가 그것이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비상 경영에 돌입해있는 상태다. 한동안 글로벌 조선시장의 불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거제시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 조선업계의 추격도 매서운 상황이다.
현재 대한민국 조선산업에 대해 30년 전 일본과 흡사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한민국 조선소들의 추격을 안일한 시선으로 바라보다 최강자 자리를 뺏긴 일본의 사례를 기억해야 한다. 일본 조선업계의 현재 모습은 우리 조선업계가 반면교사로 삼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