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게 먹는 밥이 더 체한다
급하게 먹는 밥이 더 체한다
  • 배창일 기자
  • 승인 2016.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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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창일 편집국장
거제시는 현재 조선업에 치우친 지역경제 구조의 다변화를 위해 사계절 머물고 힐링할 수 있는 다양한 관광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해안 700리를 따라 눈부시게 아름다운 천혜의 절경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동안 조선산업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관광산업은 소홀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2018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거가대교 관광지 조성사업은 지난해 12월 착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상태다. 거가대교 관광지 조성사업은 한화리조트를 건립, 체류형 관광인프라 구축을 위한 핵심적인 사업 중 하나다.

거가대교 관광지 조성사업은 장목면 농소리 일원 11만2580㎡ 면적에 민간투자 등 총 사업비 1936억원을 투입해 콘도 424실, 워터파크, 컨퍼런스센터, 마리나 등을 건설하게 된다.

쪽빛 바다와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노자산의 절경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거제학동케이블카 설치사업은 2017년 준공이 목표다. 총 길이 1.9㎞의 학동케이블카는 52대의 곤돌라가 노자산과 학동고개를 오가며 거제의 절경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두 사업은 개발방식이나 기대효과가 비교적 뚜렷한 편이다. 전국적으로 많은 사업들이 시행되면서 롤 모델로 삼을 수 있는 사업들도 많다.

하지만 올해 거제시로 소유권이 이관되는 동백섬 지심도는 그렇지 않다. 국내 최대 동백꽃 군락지로 원시자연이 잘 보존돼 있는 지심도는 섬의 60~70%가 동백나무로 뒤덮인 국내 유일의 섬이다. 장승포항에서 배로 10여분이면 도착할 수 있어 접근성도 좋다. 겨울과 봄이면 흐드러진 동백꽃을 찾는 관광객들이, 여름과 가을에는 휴식과 삶의 여유를 원하는 탐방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국립공원 지역으로 대규모 관광시설이 들어설 수 없는 지심도는 개발에 대한 철저한 구상이 우선돼야 한다. 성급한 개발계획 수립 보다 환경과 관광패턴 변화 등을 철저히 파악하고 지심도만의 차별화된 관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전남도는 해외 섬들의 성공적인 개발 사례를 소개하는 2015국제녹색섬 포럼을 개최했다. 이 포럼에서는 '섬 관광 백화점'으로 변신하고 있는 중국 저우산(舟山)군도와 에너지자립을 실현한 덴마크 삼소섬이 소개됐다. 저장(浙江)성에 속하는 저우산 군도는 1390개의 도서로 이뤄져 있고, 세계 4대 어장으로 불릴 만큼 어업기지로 유명하다. 저우산 군도는 현재 '국제적인 휴양 섬 개발' 목표에 따라 개발되고 있다고 한다.

중국 정부는 저우산 군도에 크루즈·유람선·바다낚시·휴양·심신수련 등 5대 테마 관광기지를 건설 중이다. 개발 원칙은 '섬 하나에 테마 하나, 섬 하나에 특색 하나'다. 예컨대 금빛모래로 유명한 주자젠(朱家尖)도 일대는 확 트인 전경을 특화해 휴양관광 시범지역으로, 바이사(白沙)도 일대는 바다낚시를 체험구역으로 각각 조성하고 있다. 또 '동해의 인가(人家)'라는 민박 브랜드를 통일하는 전략도 쓰고 있다.

덴마크의 삼소섬은 지난 1997년 수립한 에너지 자립 목표를 10년만인 2007년 달성했다. 섬 주민들의 난방은 볏짚과 밀짚을 태워 해결했고, 가전제품 사용 등 개인 생활에 필요한 전기는 11개의 풍력터빈을 통해 생산했다. 공공 부문에서 필요한 전기는 2003년 건설한 해상 풍력단지에서 공급했다. 현재는 해상풍력 전기 생산량의 40∼60%를 다른 지역으로 판매까지 하고 있다.

거제시는 현재 지심도 관광명소 조성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진행 중이다. 또 시민들이 지심도 개발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온라인 정책토론을 실시하고 있다. 거제시는 지심도 소유권 이전과 동시에 지심도 관광명소 조성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급하게 먹는 밥이 더 체한다는 옛 속담이 있다. 다소 늦더라도 지심도가 세계적 관광휴양도시를 지양하는 거제시의 일등공신이 될 수 있도록 모두의 지혜를 모을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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