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5일 거제축협컨벤션홀에서는 '장애인과 하나로' 가수 김주아 사랑나눔 콘서트가 열렸다. 디너쇼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초대된 장애인 300여명과 봉사자를 위한 자리였다.
기획부터 모든 준비과정을 함께한 가수 김주아씨는 "공연과 먹거리가 충족되는 디너쇼 형식의 공연이 오직 이들만을 위해 이뤄질 수 있도록 힘 써준 많은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며 "장애인친구들 뿐만이 아닌 봉사자, 행사에 참석한 모든 분들이 '세상이 살만하구나.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아직도 이렇게 많구나'를 서로서로 느끼고 갈 수 있었던 자리였다"는 말로 그날의 감동을 전했다.
어느 날부터 한번쯤 지역의 축제 현장이나 장애인 단체행사장에서 익숙하게 듣게 되는 이름이 있다. '거제 가수' 혹은 '거제도 출신가수' 김주아씨다.
작은 체구의 큰 눈을 가진 그는 언제부터인지 '우리지역 사람'이다. 다들 그렇게 믿고 싶다. 하지만 그는 거제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음반을 낸 가수도 아니었다. 경남 고성이 그의 고향이다.
부모에게 받은 재능과 영향으로 음악은 향상 그녀 옆에 있었다. 그 재능에 가수가 되기 위한 노력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꿈으로 향하는 문은 허락되지 않았다. 게다가 20대 때 부모의 사업실패로 다가온 가난의 굴레는 핑크빛 미래를 꿈꾸는 한 아가씨를 나락으로 이끄는 듯했다.

이때 운명처럼 다가온 것이 길거리 노래봉사였다. 속된 말로 '니코가 석자인데, 뭘 지금'이라는 말을 들어가면서도 그는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봉사활동을 이어갔다. 좋아하는 노래로 엉킨 마음을 풀어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던 그에게 장애인들을 찾아가는 봉사는 다른 감사로 다가왔다.
내 잘못이 없는데 시련을 주는 부모님을 원망하고 미워했다던 그가 장애인들과의 만남을 통해 건강한 육체와 노래하는 재능을 준 부모님에게 감사해 가는 자신을 발견해 나간 것이다.
2005년 운명은 그를 거제로 이끌었다. 잠시 지인을 돕기 위해 정착 아닌 방문을 한 그는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잠시 동안만, 잠시 동안만'을 반복하면서 대우주부아카데미의 음악강사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가랑비에 옷이 젖듯 지역사회 속으로 스며들었다. 하지만 거제사람들이 누구인가. 그렇게 쉽게 마음을 내놓는 이들이 아니다. 더욱이 나이가 지긋한 어른들과 장애시설 친구들은 더했다. '좀 있으면 떠날 텐데 마음 주지 말아야지'라는 눈빛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11년이 지났다. 방문하는 곳곳마다 화장실까지 그를 쫓아와 반기는 이들이 있고, 방문하는 시간에 맞춰 주차장 지킴이를 자처하는 어른들이 생겼다.
김씨는 "거제에서 활동을 해 가면서 음반도 냈다"며 "거제는 내가 가수로써 새로 태어난 곳이다. 혼자서는 이뤄내지 못할 나의 꿈을 이룬 곳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들과 생활하다보면 이렇게 사는 것도 괜찮지 않나라는 생각을 가지면서도 가수로서의 포부도 놓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된다"며 "거제가 키우고 거제사람들이 인정해준 가수로 거제가 자랑할 수 있는 그런 가수로 남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씨는 "평생동안 공연 한 번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공연의 즐거움을 모른다"면서 "거리공연에 발걸음을 멈추고 리듬에 맞춰 어깨 한번, 발끝 한번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색다른 즐거움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거제시민들이 힘들고 지쳐있을 때 쉽게 보고 즐길 수 있는 거리공연을 많이 할 수 있었으면 한다"면서 "내가 갖고 있는 재주로 시민들에게 힐링을 선사하고 싶다"고 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