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 배창일 기자
  • 승인 2016.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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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창일 편집국장

▲ 배창일 편집국장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다. 제20대 총선 선거판이 어지럽게 전개되고 있다. 정치에 불신을 갖고 있는 이들의 냉소가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정책과 비전, 인물 검증은 어느새 실종되고 고소·고발,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모양새다.

1명의 인물만을 선출하는 선거는 승자독식이 원칙이다. 이 때문에 2등은 없다. 아름다운 패자라는 말은 시쳇말로 공염불에 불과하다. 승리한 자가 정의고 승리한 자가 우선이다. 결국 시민들이, 대한민국 국민들이 선거를 그렇게 만들었다.

새누리당 공천 경쟁 당시 소위 '흑마늘 사건'이 회자됐다. 현 김한표 국회의원이 야인 시절 흑마늘 사업을 미끼로 14억원의 거금을 가로챘다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새누리당 공천 확정 이후 '흑마늘 사건'은 사건의 당사자라고 밝힌 이모씨의 기자회견을 통해 지역 언론에 다시 부상했다.

'흑마늘 사건' 기자회견을 통해 보여준 이씨의 언행은 보통사람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검찰에 고소한 시점이 그렇고, 기자회견 시점도 역시 그렇다. 억울함을 토로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자처했다는 이씨는 준비된 기자회견문 낭독 이후 기자들의 질문에 '아니면 말고' 식의 답변으로 일관했다. '난 억울한 사정 때문에 기자회견을 열었다. 선거에 이용된다는 것은 모르겠다. 기자들이 판단할 일이다'가 이씨의 주된 답변이었다. 

김 의원과 함께 고소를 당한 여성 전모씨도 이씨의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보였다. 이씨와 함께 흑마늘 사업을 함께했다는 전씨는 기자회견 참석 이후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해 이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의 아전인수격 해석이 지역정가에 난무하고 있다.

이씨의 기자회견이 다소 특이했던 점은 더불어민주당 변광용 후보 측 관계자가 '흑마늘 사건' 기자회견 소식을 각 언론사에 이메일로 알렸다는데 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 특히 김 의원과 대척점에 섰던 인물이 제기한 문제점을 타 정당 측이 나서 공론화에 일조한 것이다.

선거전쟁 과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행태라고 치부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뒷맛이 씁쓸한 점은 지울 수 없다. 이를 의식한 듯 거제경찰서와 거제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이씨의 기자회견과 변 후보 측의 관여 등이 공직선거법에 위반 되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흑마늘 사건'으로 집권 여당의 공천자가 곤혹을 치르고 있는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무소속 후보 측도 야권 단일후보 명칭 부여, 범야권 단일화 문제를 두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더민주 변광용 공천자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이 거제지역 야4당의 단일후보로 추대됐다고 밝혔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지역 야권단일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 속에 더불어민주당·노동당·정의당·국민의당 거제지역위원회가 오랜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무소속 후보와의 연대에 대해서는 앞선 선거 당선자들의 새누리당 입당 사례를 들어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변 공천자의 이같은 기자회견에 무소속 이길종 예비후보는 즉각 반발했다. 이 예비후보는 다음날인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거제지역 야4당 단일후보는 명백한 허위사실 공표라고 주장했다.

이 예비후보는 정의당 중앙당의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의당을 끌어들여 야4당 단일후보라는 명칭을 부여한 것은 잘못이라고 비난했다. 이 예비후보는 또 무소속과의 연대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것은 자신의 정치인생을 폄하한 것이라며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새누리당 경선에 참여하지 않은 진성진 예비후보의 거취도 현재까지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49조 6항은 '당원인 자는 무소속 후보자로 등록할 수 없으며, 후보자 등록기간 중 당적을 이탈·변경했을 때에는 당해 선거에 후보자로 등록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 같은 법 제52조에는 '무소속 후보자가 정당의 당원일 때에는 후보등록이 무효가 된다'고 돼 있다.

결국 진 예비후보가 이번 선거를 완주하기 위해서는 총선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3월24일 전까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진 예비후보는 "총선 완주는 결정된 상태"라면서도 "무소속 출마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채 고심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 봄의 따스한 기운이 거제전역을 감싸고 있지만 거제지역 정치판은 아직까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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