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제 해금강을 한눈에 조망하기 위한 곳으로는 우제봉 전망대가 손꼽힌다. 해금강 마을 뒷길로 이어진 우제봉 가는 길은 우거진 나무와 오솔길이 어우러진 특급 산책로다. 그리 빠르지 않은 걸음으로도 30분 남짓이면 전망대에 도착할 수 있다. 전망대에 도착하면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거제 해금강이 눈앞에 펼쳐지고 저 멀리 대·소병대도의 자태를 감상할 수 있다.
전설 속 서불(혹은 서복)이 불로초를 찾기 위해 우제봉을 찾았다는 소리가 허투루 들리지 않을 정도의 풍광이다.
기분 좋은 자연의 아름다움에 취해 있다 육지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사람의 손길로 만들어진 이질적인 모습을 보게 된다. 관광도시 거제로의 도약을 꿈꾸며 부족한 관광 숙박시설을 집단적으로 조성한다는 취지로 조성된 해금강 집단시설지구가 그것이다.
해금강 집단시설지구 사업은 2000년 초 사업계획에 들어가 2004년 첫 삽을 떴다. 이후 3년 뒤인 2007년 부지 조성을 마무리했다. 해금강 사자바위와 푸르른 해안절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 위치한 해금강 집단시설 지구. 사업비 129억원을 들여 남부면 갈곶리 9-2번지 일원에 조성한 해금강 집단시설지구는 부지 조성 이후 분양에 들어갔다.
그러나 천혜의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손쉽게 분양될 것이라 여겼던 행정의 장밋빛 미래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아늑하고 편안한 대규모 휴양 숙박시설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던 기대도 산산조각 났다. 분양을 받겠다는 사업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해금강 집단시설 지구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문화재보호법과 자연공원법 등 각종 규제로 개발행위가 제한되면서 잇단 매각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사업자들은 엄격한 규제 탓에 수익성이 없다며 손 사레를 쳤다. 행정도 수익성 문제에 대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면서 해금강 집단시설지구 문제는 장기 표류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 2011년 감사원으로부터 사업성 확보방안을 철저히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의를 받기도 했다.
이후 해금강 집단시설지구에 서광이 비추는 듯 했다. 지난 2013년 문화재청이 국가지정문화재 주변 현상변경 허용기준을 완화한 뒤 거제시가 이 지역에 대한 용도를 계획관리지역으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초 높이 18m, 4층 이하였던 제한이 높이 40m, 10층 이하로 크게 완화됐다. 매각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이에 고무된 거제시는 22필지 3만4795㎡를 일괄매각하는 방식으로 매각공고를 내고 응찰자를 모집했다. 매각금액은 161억5600만원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불발로 끝났다.
이후 거제시는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가 해금강 집단시설지구를 호텔을 포함한 리조트로 개발하는 계획을 검토했다.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는 당시 지역 내 관광호텔 공급 부족과 풍부한 잠재 수요, 이른바 랜드마크 성격의 관광호텔 부재 등을 이 사업 추진의 긍정적인 측면으로 들었다.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고품격 관광호텔을 건설해 국제적 전문 업체와 경영 협력관계를 맺고, 리조트 기능을 보강해 해양관광의 최종 목적지로 개발한다는 구상이었다. 또 사업 준공과 함께 토지는 한데 묶어 매각한 뒤 영업이 정상 궤도에 오를 때까지 전문 업체에 경영을 위탁해 위험 부담을 더는 전략도 세웠다.
권 시장도 민선6기 취임1주년 기자회견에서 "해금강 집단시설지구는 오랫동안 매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거제시가 재정사업으로 투자하는 것은 어려워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에 현물 출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계획은 계획일 뿐이었을까. 이마저도 감감무소식이다.
현재 해금강 집단시설지구는 텅 빈 상태다. 곳곳에 무성한 잡풀들이 을씨년스러움을 더하고 있다. 보다 못한 해금강 마을에서는 환매방법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행정이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으니 자신들이라도 나서겠다는 것이다. 미운 오리새끼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리는 없다. 그래도 해금강 집단시설지구로 향하는 눈길에는 일말의 기대감이 묻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