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 전날인 오는 12일 자정까지 이어지는 치열한 본선 레이스가 시작된 것이다. 거제지역 주요 거리에는 각 후보들을 홍보하는 현수막이 내걸렸고, 총선출마 후보들의 면면을 소개하는 선거벽보도 부착됐다.
각 후보들의 유세차량이 지역 곳곳을 누비며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고, 모자와 어깨띠 등으로 무장한 선거운동원들이 지원하는 후보의 필승을 외치고 있다. 또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귀에 쏙쏙 들어오는 가사로 개사한 다양한 선거송이 거리에 울려 퍼지고 있다.
4.13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거제지역 4명의 후보들은 자신의 승리를 장담하며 세몰이에 나서고 있다. 어려워진 지역경제를 반영하듯 4명의 후보들은 자신이 거제경제를 살릴 수 있는 적임자임을 자처하고 있다. 양대 조선소 출퇴근 시간대, 재래시장, 지역 행사장 등을 찾는 후보자들의 발걸음도 더욱 분주해지고 있다.
하지만 선거 분위기는 쉽게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유권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이슈'도, 선거에 관심을 불러일으킬 '바람'도 없기 때문이다. 공식 선거운동 전 타도 새누리당을 외치며 야권단일화를 준비하던 더불어민주당 변광용 후보와 무소속 이길종 후보의 협상은 합의 직전에 결렬됐다.
이 때문에 총선구도를 여야 1대1 구도로 재편하겠다던 이들의 구상도 물 건너 간 상태다. 야권의 불리함을 야권단일화라는 카드로 반전시키려던 꿈이 무산된 것이다.
새누리당 경선과정에서 불거진 속칭 '흑마늘 사건'도 정치쟁점화 되지 못하고 있다. 더민주 변광용 후보가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상태지만, 당사자인 김한표 후보는 거제발전과 조선경기 회복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오히려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며 반박하고 있는 상태다.
이슈가 빠진 선거인만큼 유권자들의 반응도 냉담하다. 시들해진 유권자들의 분위기를 더욱 부추기는 듯 오는 6일로 예정된 선거방송토론회에는 김한표 후보와 변광용 후보 2명만이 출연한다.
김종혁 후보와 이길종 후보는 방송연설로 대신하게 됐다. 거제시 총선후보자의 선거방송토론은 4월6일 밤 11시40분부터 1시간 동안 창원KBS에서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예정돼 있다.
거제시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일 각 후보 진영에 선거방송토론 참여와 배제 결정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김종혁·이길종 후보는 강력히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거방송토론을 규정한 현행 공직선거법(82조의 2)을 살펴보면 텔레비전 토론회에 참여할 수 있는 후보는 5인 이상의 국회의원 보유 정당의 후보자, 직전 전국선거에서 3%이상 득표한 정당의 후보자, 최근 4년 이내 해당 선거구에 출마해 10%이상 득표한 후보자, 선거개시일(31일) 전일까지 실시(공표)한 여론조사결과 득표율 5%이상일 경우다.
지난달 31일전까지 거제시선거구를 대상으로 한 일간지나 방송사 등의 공식적인 여론조사가 없어 두 후보의 방송토론회 출연은 불가능해졌다. 다만 선거방송토론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 제23조 7항에는 등록된 후보자가 4명 이하인 경우 참석 후보자가 동의하면 초청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후보자도 참석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김한표·변광용 두 후보의 동의를 전제로 김종혁·이길종 후보의 방송토론 참석 가능성도 있었지만 이마저도 불발로 그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거제시선거관리위원회는 비상이 걸렸다. 공식 선거운동 초반부터 시들한 선거분위기가 자칫 낮은 투표율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총선과 지방선거 때마다 시 선관위에 대한 거제시민들의 반응은 한결같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몇몇 현수막 개시와 단순한 홍보활동만으로는 투표율 제고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거 때마다 "시 선관위는 뭐하는 곳이냐"는 시민들의 볼멘소리를 접할 수 있다. 이번 4.13총선도 마찬가지다. 투표율 제고에 대한 대책, 정당 투표제에 대한 설명 등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것이 유권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거제시민들이 정치에 대한 관심이 적을 리는 없다. 다만 그 관심을 표출하는데 인색할 뿐이다.
4.13총선이 10여일 앞으로 다가 온 지금, 선거일을 휴일로 치부하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거제시선관위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