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億)
3억(億)
  • 거제신문
  • 승인 2007.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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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광의 원보지로 보는 세상

저녁 때 딸애가 엄마에게 『청구서』라고 적힌 종이 한 장을 내 밀었다. 거기에는 「방 청소한 값 1,000원, 심부름한 값 1,000원, 동생 봐준 값 1,000원, 쓰레기 내다 버린 값 1,000 천원, ……계 7,000천원」이렇게 적혀 있었다.

물끄러미 보시던 엄마는 잠시 후 연필을 가져와 청구서 뒷면에 이렇게 적었다. 「너를 내 뱃속에 열 달 동안 있게 한 값 무료, 네가 아플 때 밤을 세워가면서 간호한 값 무료, 널 키우며 힘들어 눈물 흘린 값 무료, 장난감 옷 음식 그리고 네 코 닦아준 것까지도 무료」 글을 읽던 딸아이가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말했다.

「엄마가 더 손해네, 엄마 사랑해」

얼마전 신문에 자식을 낳아 대학졸업 때까지 드는 비용이 2억 3,199만원이라고 조사 발표했다. 거기에 자식 결혼 비용도 평균 1억 3천이라고 하는데 양가가 뚝 잘라 반씩 부담해도 약 7천이니 결혼까지 계산하면 줄잡아 3억이라는 비용이 든다.

요즘은 숫자개념이 없는지 「억」정도는 우습게 본다. 그러나 「억」은 우습게 볼 존재가 아니다. 1억을 세는데 1초에 1수를 세면 안먹고 안자고 안싸고 세어도 3년이 걸리고, 하루 8시간씩 세면 9년이 걸린다.

그러나 숫자 단위가 커지면 1초에 1수를 못 세므로 60년이 걸린다고 한다. 1억을 10원짜리 동전으로 붙여 놓으면 길이가 약 220km요, 높이로 쌓으면 약 10km나 된다. 3억이면 그 3배다.

억(億)은 우리말로 「잘」이다. 우리가 누구를 칭찬할 때 「잘한다」라고 하는데 그것은 억이 상상도 못할 큰 숫자였기에 큰일을 해냈다는 찬사의 말이 된다.

0이 80개면 불가사의(不可思議)요, 0이 88개면 무량대수(無量大數)라고 하는데 「3억」이라고 하면 인간의 헤아림으로는 한계를 넘어선 무량대수의 수준이다.

문제는 우리 부모들이 자식을 낳아 대학 보내고 시집 장가보낸다고 허리가 휘청한데 막상 늙어서는 자기 몸 하나 건사할 돈도 없다는 게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san10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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