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가 '갑(甲)'이다
유권자가 '갑(甲)'이다
  • 배창일 기자
  • 승인 201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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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창일 편집국장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치 이야기로 한정한다면 언제 그렇게 주인대접을 받아봤는지 의문이 먼저 든다. 선거철이면 정치인들은 표를 얻기 위해 갖은 애를 쓴다.

▲ 배창일 편집국장
머리를 조아리고 먼저 인사를 하며 악수와 미소로 자신의 지지를 부탁한다.

그렇지만 정작 당선된 이후 국민들이 원하는 정책을 얼마나 실현해 왔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허탈한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 같은 생각을 가진 일부 유권자들은 무관심으로 정치를 대했고 어느덧 선거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해 버렸다. 한마디로 주인이 바뀐 잔치가 돼버리고 만 것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유권자의 참여로 '그들만의 리그'를 바꿔야 한다. 투표일은 유권자가 제대로 된 정치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기회의 날이자 유권자가 정치에 대해 계약하는 날이어야 한다. 계약을 하지 않으면 법적 효력이 없듯이 유권자들이 투표로 정치인들과 계약을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계약서가 될 투표를 하지 않는다면 계약은 성사되지 않는다. 투표를 한다는 것은 국민이 국가의 '갑(甲)'임을 선포하는 일이며 정치인은 '을(乙)'이 돼 국민의 의견을 따르겠다는 약속을 하는 일이 될 것이다.

좋은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유권자들의 몫이고, 제대로 된 정치인을 만들어가는 것도 결국 유권자들의 몫이다.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대한민국의 정치사는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유권자들로 인해 발전해 왔다.

설령 내가 원하는 인물이 당선되지 않더라도 유권자와 정치인 간의 '갑(甲)과 을(乙)' 계약은 유효하다 할 것이다. 내가 원했던 사람이 아닐 뿐이지 원하는 정책은 얼마든지 요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권리의 기본이 되는 것이 투표다.

하지만 유권자들이 얼마만큼 자신의 권리를 행사했는지는 최근의 투표율을 보면 다소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제18대 총선 거제지역 투표율은 사상 최저치인 43.9%에 불과했고 제19대 총선은 53.8%의 투표율을 보였다. 이번 제20대 총선 역시 높은 투표율을 장담키는 어렵다. 총선을 관통하는 이슈와 정책대결 없이 조선업을 살리겠다는 후보자들의 외침만 가득했다.

기자회견과 성명서, 보도자료 등을 통해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말들만 쏟아냈다. 국가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놨지만 유권자들의 마음에 쉽게 와 닿지는 않았다.

지역 유권자들의 알 권리도 무시됐다. 텔레비전 선거방송토론회는 한명의 후보자만 참석한 채 대담형식을 진행되는 반쪽짜리 토론회로 전락했다. 토론회 참여와 참석여부를 두고 후보자들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자신들의 명분 쌓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유권자가 '갑(甲)'도 '을(乙)'도 아닌 '병(丙)'으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선거 막판이 되자 후보자 간 비난과 비방의 수위도 높아지고 있고 저지르고 보자 식의 행태도 이어지고 있다. 정책대결이나 인물론을 내세우기보다는 유권자들의 말초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며 자신의 이득을 위해 주판알을 굴리는 모양새다. 

제20대 총선 투표일이 코앞이다. 나라를 위해, 지역발전을 위해 헌신할 제대로 된 일꾼을 뽑을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유권자의 수준이 입법부에 입성할 국회의원의 수준을 만들어낸다.

국민은 '갑(甲)'이다. 고로 유권자도 '갑(甲)'이다. 어디서든 '갑(甲)'이 되기 힘든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 잘난 '갑(甲)질'을 나를 위해 한번 해보자. 유권자는 제대로 된 '갑(甲)질'을 투표로 드러내야 한다. 정치에 대한 관심은 국민의 큰 무기다. 아무리 정치에 무관심해도 시간의 수레바퀴는 끊임없이 돌아간다.

시간이 흘러 오늘이 역사가 됐을 때 지금의 유권자가 제대로 된 '갑(甲)'노릇을 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제대로 된 '갑(甲)' 노릇을 했다면 행복하고 풍요로운 노후를 보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절망에 빠져있는 젊은이들의 얼굴을 목도해야만 할 것이다.

선거는 최악을 면하기 위해 차선을 선택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표를 기꺼이 던져줄 최선의 후보가 있다면 금상첨화다. 누가 뭐래도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다. 모든 국민은 투표를 통해 권리를 행사하고 의무를 이행하며, 민주주의는 투표를 통해 완성이 된다.

투표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투표 참여로 정치와 당당히 마주할 때 그 결과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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