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기간 실시간으로 후보자의 정치자금 사용액을 확인할 수 있는 정치자금 공개시스템이 무용지물로 전락할 위기다.
거제시 국회의원 선거 각 후보자 사무소 측은 선거운동기간 사용 금액을 실시간으로 집계해 전산 처리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지적이다. 거제시 선관위는 강제할 수 없는 법조항이 없어 참여 유도를 제외하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치자금 공개시스템은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때 처음으로 도입된 것으로 선거운동에 소요되는 자금을 후보자가 어떻게 조달하고 어디에서 얼마나 사용했는지 등에 관한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이번 제20대 국회의원선거 정치자금 공개시스템 공개기간은 지난달 31일부터 오는 13일까지다.
중앙선관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정치자금공개시스템으로 유권자는 각 후보자의 선거비용 내역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후보자 선택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현재까지 정치자금 공개시스템에 자료를 공개한 거제시 국회의원 후보는 한 명도 없다. 전국적으로도 총 후보자 944명 중 참여자는 375명에 불과해 39.72%만 실시간 정치자금 공개에 동참하고 있다. 경상남도 현황만 따져보면 총 후보자 54명 중 11명만 공개하고 있어 참여율이 20.37%로 전국의 절반 수준이다.
거제시 선관위는 각 후보자 선거 회계책임자들에게 지난달 24일에 관련 교육과 홍보를 실시했다. 각 후보의 회계담당자들은 정치자금 공개시스템을 알고 있고 설명도 들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A 후보자 관계자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모든 회계 자료가 공개 되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바쁜 선거운동 기간에 실시간으로 계산해 입력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B 후보자 관계자도 "법적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정신없는 운동기간에 자료를 일일이 입력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C 후보자는 "실시간 공개에 참여할 의사는 있었으나 거제시 다른 모든 후보가 공개하지 않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거제시 선관위 관계자는 "사실상 각 후보들이 정치자금 공개시스템에 참여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전국적 선거 분위기를 종합해 봤을 때 자금 사용 금액이 실시간 공개될 경우 상대 후보자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다는 시각도 상존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강제할 법적 규정도 없어 선관위는 홍보·유도 차원에서 머무를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유권자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제도개선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