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 생계 위협 딜레마…보호구역 축소 검토

거제시는 지난 5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문화재청, 한국환경생태기술연구소, 한려해상국립공원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거제 연안 아비도래지 내 아비류 보호 대책회의를 열고 사고 재발 방지책을 논의했다.
하지만 사고예방과 어로활동의 양립이 불가능해 실효성 있는 대책은 얻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아비류 집단 폐사는 지난달 16일부터 18일 3일 동안 보고됐고 일운면 구조라 선착장 주변 및 와현·예구마을 일원과 거제 북부 해안에서 200여 마리의 아비 사체가 발견됐다. 거제시가 수거한 아비 개체 수만 100여마리에 이른다.
이 가운데 경상남도 축산진흥연구소 남부지소에 5마리, 국립생태원에 51마리, 한려해상국립공원에 6마리가 보내져 부검 및 방사선 검사가 이뤄졌다.
조사결과 조류독감에는 음성 반응이 나왔고 호흡기 내 다량의 해수가 발견됐다. 2개 개체에서 그물코 5cm의 그물이 발견 돼 그물에 의한 익사가 대량폐사 원인으로 최종 결론 났다. 2차 조사로 바이러스나 중금속 검사는 진행 중이다.
1970년에 천연기념물 제227호로 지정된 거제 연안 아비도래지는 남부면 홍포 등대에서 일운면 서이말 등대 해상까지 435㎢ 구역이다. 아비류는 시베리아·알래스카 등 극지방 주변에서 번식하고 겨울철에 남하해서 월동한다.
거제 연안 아비도래지에는 매년 1000여 마리의 아비류가 찾는다. 80년대 이후 개발로 인해 개체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70년대 3000마리까지 발견되던 아비류는 작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1706개체가 분포 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거제시는 이런 아비류 개체감소에 대해 보호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그물에 의한 대량폐사를 막기 위해선 어민들의 생계 활동이 규제 돼야해 고심에 빠졌다.
한려해상국립공원동부사무소에 따르면 어업용 그물에 의한 혼획은 전 세계적인 문제로 우리나라도 동해안에서 상당수의 바다쇠오리들이 그물에 의해 폐사하고 있다.
이번에 발생한 아비류 폐사도 이런 문제와 동일선 상에 있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회의를 통해 한려해상국립공원동부사무소는 주 어로활동 구역의 아비류를 쫓는 활동을 추진키로 했고, 거제시는 아비도래 시기 어로활동 자제를 위한 행정지도를 펼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거제시는 어민 어업피해를 대비해 문화재청과 협조해 아비도래지 범위를 축소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아비류가 육지에서 많이 떨어진 먼 바다에 주로 도래하지만 아비도래지역이 광범위하게 지정 됐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시 문화공보과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문제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묘안이 나오기는 힘들다"며 "각 기관·단체와 지속적으로 협력해 아비류 폐사를 예방하면서 어업 피해도 발생하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