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들에겐 화재사고가 안 좋은 기억이겠지만 그 우연한 사고가 우리를 12년 동안 함께 할 수 있게 만들었죠."
낮에는 가족을 위해 일하고 저녁에는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거제시사격장을 찾는다는 대우조선해양 자원봉사단 양희동 단장은 이 만남이 자주는 아니더라도 지속적으로 끊이지 않길 바란다고 말하며 웃음 지었다.
대우조선해양 자원봉사단(단장 양희동)은 지난달 27일 컵라면·커피 등 간식류와 일회용 물품, 사격에 꼭 필요한 표적지 등과 함께 거제시 장애인 사격동아리를 찾았다.
이날 방문은 대우조선해양 자원봉사단이 장애인의 날을 맞아 격려 차원과 올 9월께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장애인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김수완 선수를 응원하기 위한 자리이기도 했다.
거제시 장애인사격 동아리 소속이자 2013 태국월드컵 사격대회에 출전해 공기소총 금메달을 획득했던 이성철 전 선수는 "처음에는 물질적으로 받기만 했고 관계가 계속적으로 이어질 거라 생각을 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자그마치 10년을 함께 해왔는데 1년에 정기적으로 두세 번 만나는 날이 이제는 도움 받는 날이 아닌 함께 어울리는 날이 됐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자원봉사단과 장애인 사격 동아리가 만난 건 2004년 겨울. 엄동설한의 한파를 녹여줄 난로가 화재의 주범이 되던 날이었다.
대우조선해양 자원봉사단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손 하나라도 더 보태기 위해 화재가 난 전 거제시사격장으로 향했다. 꽤 큰 화재로 엉망이었던 곳을 청소하다 주변을 살펴보니 망연자실하게 사격장을 보고 있는 거제시 장애인 사격동아리 회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라고 간식거리를 하나 둘씩 지원한 마음이 어느새 12년 째 이어져오고 있다. 그리고 현재 연초면으로 이전한 사격장에서는 봉사자와 수혜자의 관계가 아닌 사격의 스승과 제자로도 만나고 있다.
이성철 전 선수는 "늘 받기만 했던 우리에게 어느 순간 관심을 갖고 다가와준 자원봉사 단원들에게 무언가를 해주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며 "사격은 고도의 집중력이 최우선적으로 필요한 운동,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를 사라지게 하는 몇 안 되는 운동"이라고 말했다.
이날도 이 전 선수는 양희동 단장 옆에서 사격 자세를 바로 잡아주며 집중하라는 말을 몇 번이나 했다.
양희동 단장은 "93년도부터 시작된 우리 봉사단의 봉사가 회사가 어렵다고 해서 주춤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더하지는 못 하더라도 제자리는 지키자는 신념으로 오늘과 같은 자리를 마련했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달려가며 우리 단원들이 보다 힘을 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