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만남
아주 특별한 만남
  • 거제신문
  • 승인 2016.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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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광 칼럼위원

▲ 김미광 거제연초고 교사
지난주 어머니를 모시고 부산에 있는 한 병원에 다녀왔다. 병원 수납처에서 번호를 뽑고 기다리고 있는데 노신사 한 분이 병원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거동이 자연스럽지 못해 지팡이를 짚고 있었지만 정갈하고 얌전한 양복에 깔끔하게 다린 흰 와이셔츠를 입고 계셨다. 연세는 팔순이 훨씬 넘어보였으나 무엇인지 모를 힘이 그분으로부터 뿜어 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한 치도 흐트러짐 없는 꼿꼿한 자세로 보아 그냥 평범한 노인이 아니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문득 보니 그 어르신의 왼쪽 가슴에 눈에 띄는 훈장 하나가 보였다. 오래돼 낡았지만 바탕천에 선명하게 붉은 색깔이 남아있고 둥근 꽃 모양의 장식 부분이 한 눈에 봐도 예사 훈장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궁금한 것은 못 참는 성격이라 어르신께 물었다.

"어르신, 훈장이 아주 귀해 보입니다. 예사 훈장은 아닌 것 같은데 무슨 훈장입니까?"

어르신은 내 얼굴과 가슴에 달린 훈장을 번갈아 보더니 말씀했다.

"이 훈장은 6.25 전쟁 때 참전하여 공을 세워 받은 훈장입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내 동공이 커졌다는 것을 나는 느꼈다. 한국전에서 받은 훈장을 처음 보았거니와 한국전에 참전해 무공훈장을 받은 어른을 처음 봤다.

"아, 어르신 반갑고 존경합니다. 어르신 덕택에 우리가 평화와 번영을 누리고 삽니다. 고맙고 감사합니다."

나도 모르게 이 말이 튀어 나왔다. 진심이다. 이 분들이 목숨을 걸고 6.25 전쟁에서 싸워준 덕택에 우리가 공산화 되지 않고 오늘날의 부를 누리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반공 교육을 받은 세대라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고 사실이다. 공산화된 북한의 실상이 어떤지,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으며, 그들이 신봉하는 주체사상이 북한 동포들을 어떤 삶으로 이끌어왔는지 굳이 악쓰며 주장할 필요도 없다. 눈이 있으면 보고 귀가 있으면 들릴 것이다.

그 분이 6.25 참전 용사라는 사실이 너무도 감사했다. 손이라도 굳게 붙잡아 드리고 싶었다. 6.25 전쟁으로 한국군과 유엔군의 사망자만 77만명이 넘고, 650만명의 국민들이 피난민이 됐고 아직도 이산가족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는 이 상황에서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전쟁에서 싸워준 그 분이 어찌 그냥 보이겠는가.

"알아주는 사람이 있어서 고맙습니다."

그 분은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겸손하고 짧게 대답해 줬다. 하지만 그 분의 분위기에서 전쟁에 참가해 나라를 지켜내었다는 자부심이 가득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 나는 전쟁을 치르지 않은 세대지만 그 분들의 희생 덕에 이 큰 병원을 거리낌 없이 드나들고 자유롭게 처방받은 약을 사고, 부산에서 바다 속으로 난 해저터널을 통과해 거제까지 한 시간이면 쌩하니 오고 가는 것이다.

이제 곧 호국보훈의 달 6월이다. 이념 논쟁을 떠나 일단 먹고 사는 문제로만 보자. 공산주의사상을 주장하던 대부분의 나라는 제 나라, 제 국민의 먹을거리조차도 해결하지 못했고 평화는커녕 서로를 감시하고 감시당하는 억압된 삶을 살다가 결국은 자멸했다.

동독이 그랬고 소련이 그랬고 폴란드, 몽골과 베트남도 모두 공산정권을 버렸다. 중국도 1979년 등소평이 개혁개방 경제를 선언한 이후로 민간 소유가 금지되고 있지 않으며 외자유치가 합법화돼 있다. 중국을 공산국가라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자유주의 경제를 도입한 결과이다. 말이 공산국가지 자유국가나 다름없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이미 붕괴한 공산이념을 올바른 통치이념으로 받아들이고 그 집단의 정치논리를 따르는 집단의 사고방식이 개인적으로 무척 궁금할 뿐이고….

6.25 전쟁에 참가해 공을 세우고 받은 훈장을 가슴에 달고 다니는 그 분의 그 자긍심이 어떤 의미인지 나는 알 것 같다. 아마도 그 분은 누구도 그 훈장의 의미를 묻거나 알아주지 않아도 번영한 우리나라를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이 벅찰 것이다. 당신의 목숨을 걸고 지켜낸 조국이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6월에는 우리거제에 있는 6.25 전쟁 포로수용소에 한번쯤 가족과 함께 방문해 우리를 위해 싸워준 호국영령들께 감사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어떨까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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