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하면 이웃나라 일본의 이야기로만 알고 살았다는 김혜경씨(여·37·상문동). 가깝고도 먼 이웃나라의 홍수, 태풍, 가뭄 등 자연재해에 깊은 동감과 안타까움을 느끼면서도 유독 '지진'이라는 단어는 낯설기만 했다.
거제에서 37년이라는 시간을 살아오면서 손에 꼽을 정도로 희박했던 지진에 의한 흔들림의 경험 때문일 것이다.
지난 5일 저녁 8시30분께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던 그녀는 잠시 어지럼증을 느꼈다. 내가 아픈 것인지, 땅이 흔들리는 것인지 모호했던 상황. 그런데 텔레비전 위에 있던 인형이 흔들렸다. 그 순간 지진임을 감지했다.
김씨는 13층 아파트에서 곧바로 나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느꼈다. 하지만 진동은 이내 잠잠해졌다. 텔레비전 채널을 돌려보고 휴대폰 속 인터넷을 뒤졌다. 방금 느낀 진동이 지진이 맞는지 확인에 들어갔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거제시청에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당직도 없나?'고 생각하다 다시 전화기를 들어 소방서에 연결을 해 본다. 하지만 아직 확인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대답이 전해졌다. 다만 2시간 뒤 정확한 피해상황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말만 들었다.
답답했다. 휴대폰 속 밴드친구들이 지진을 느꼈는지 물어왔다. 그리고 얼마 뒤 9시 뉴스에서 지진이 발생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지진이라는 것은 땅의 흔들림이다. 지진이 일어나는 진원이 얼마나 가까이에 있느냐에 따라 피해는 천차만별이다. 우리나라 대륙의 판과 일본대륙에 있는 판이 달라 일본은 지진의 피해가 있을지언정 우리나라는 괜찮다는 이야기를 중·고등학교 지리과학시간에 배운 것도 같은데.
올해 김씨가 진동을 느낀 것은 두 번째다. 갈수록 빈번해지는 진동에 공포감을 느낀다. 그러면서 큰 재난이 될 수 있는 일에 대한 보고가 왜 이렇게 느린지 화가 났다.
재난 상황에서 어디로 연결을 해야 하는지 알지도 못할 뿐더러, 불현듯 떠오르는 번호는 119와 112뿐이다. 대피를 해야 하는지, 가만히 있어도 되는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알권리가 충족됐으면 한다는 김씨.
그는 "거제시청에도 안전총괄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사고가 나고 사건이 생기면 당연히 전화가 폭주할 테지만 통화음만 가고 아무런 안내가 없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비상시에는 시민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시홈페이지에 사고내용을 공지하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