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봉투값만 올린다고 분리수거 해결되나?
쓰레기 봉투값만 올린다고 분리수거 해결되나?
  • 문지영 기자
  • 승인 2016.0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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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평에 사는 정숙희씨(43)는 거제로 관광 온 친구와 고현시내에 나왔다가 눈살을 찌푸렸다.

대낮 음식점 옆에 내 놓은 쓰레기봉투를 본 것이다. 봉투밑단은 터지고 윗단에는 산처럼 쌓아놓은 쓰레기를 끈으로 동여매 놓은 모습이었다. 이런 모습이야 아파트 단지에서도 심심찮게 보이는 모습이라 식상하고 색다르다고 할 것도 없었지만 친구와 함께 본 장면은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창피함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분리배출은 눈 씻고도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쓰레기봉투 밑단에서는 음식물쓰레기의 물기가 터져 나와 흥건했다. 봉투 위쪽엔 음식점에서 나온듯한 음료병에 스티로폼이 가득했다.

거제의 중심가이기도 한 고현시내에서, 그것도 대낮에 버젓이 파리와 쓰레기가 뒤엉킨 장면이 연출돼야 하는지 할 말이 없었다. "시골은 아직 분리배출 안 해도 되나봐"라며 "여름인데 좀 깨끗하게 하고 살지"라는 친구의 말에 화가 났다.

지난 7월1일부터 거제시 쓰레기봉투 가격이 일제히 올랐다. 거제시는 쓰레기봉투 가격을 올리면서 색을 달리해 사용처를 구별하고, 배출자부담원칙을 적용해 판매를 함으로써 무분별한 쓰레기 배출을 줄일 것이라고 밝혔었다.

서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좋으나 싫으나 서민이 뭐 할 말이 있나'며 올리는 대로 쓰레기봉투를 구입해야 하는데 이건 뭐 아무런 변화가 없지 않은가. 업소용 봉투를 사용하는 것 같지도 않고, 터진 빨간색 봉투의 주위는 건조되지 않은 음식물에서 새나온 물기로 악취가 진동하고 벌레가 판을 치고 있었다.

정씨는 "분리배출이 안된 상태로 배출을 해 놔도 수거를 해 가니 이러고 있는 게 아니냐"며 "이런 식의 배출을 용인해 주는 거제시와 쓰레기 수거업체의 입장을 모르겠다. 잘해 보려고 칼을 빼 들어 봉투 값 올린 것인지, 앉아서 서민 돈만 챙기려는 정책인지 의심스럽다"고 행정의 강력한 단속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덥고 습한 날씨에 쓰레기와 씨름을 해야 하는 분들의 노고가 욕되지 않게 발로 뛰는 행정의 모습이 보여지지 않는 게 아쉽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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