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동부면 함박금어촌계의 법정싸움이 3라운드에 돌입했다. 함박금어촌계는 지난달 23일 설립된 함박금삼마을어촌계 설립인가를 취소해줄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준비 중이다.
함박금어촌계는 어촌계 설립허가를 위해 16년간의 법정싸움 끝에 지난달 17일 거제시로부터 어촌계 설립인가를 받았다. 하지만 함박금삼마을 어촌계는 설립인가 신청 후 3개월만에 거제시로부터 설립인가를 받았다.
이에 함박금어촌계 관계자는 "어촌계 설립을 위해서는 행정구역·경제권 등이 있어야 한다"며 "함박금삼마을어촌계의 경우 함박금삼마을이란 행정구역이 없음에도 거제시가 설립인가를 내줬다"며 설립인가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함박금어촌계 형성까지
2000년경 거제수산업협동조합이 시행하는 바다양식단지 조성사업지로 동부면 함박마을 앞 지선이 선정됐다. 함박마을 주민들은 바다양식단지가 조성될 경우 바다오염 등으로 주변 굴양식장과 멍게양식장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바다양식장 조성을 반대했다.
이에 가배어촌계는 양식장 조성사업 무산의 책임을 물어 조성사업을 반대했던 함박마을주민을 어촌계원에서 제명했다. 제명된 계원들은 제명결의무효소송을 제기해 승소하기도 했지만 가배어촌계를 탈퇴해 함박금어촌계 설립을 추진했다.
함박금어촌계 설립 위한 법정싸움
2001년 5월 함박금어촌계는 창립총회를 거쳐 같은 해 8월 거제시에 함박금어촌계 설립인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거제시는 함박금어촌계의 업무구역이 가배어촌계의 업무구역과 중복된다는 이유로 신청을 반려했다.
이에 함박금어촌계는 가배어촌계 총회에서 업무구역 분할이 부결됨에 따라 어촌계 업무구역분할인가 거부처분 취소 소송 등을 제기했다.
2007년 7월 부산고등법원은 가배어촌계에서 제명된 함박마을 주민들의 복귀 등의 조정 권고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가배어촌계의 반대로 법정싸움은 계속됐다.
2013년 3월 함박마을주민들은 재차 거제시에 어촌계 설립인가를 신청했지만 거제시는 설립인가 신청을 반려하는 처분을 내렸다. 함박금어촌계는 거제시의 반려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을 제기해 2015년 7월 대법원으로부터 승소판결을 받았다.
법이 먼저냐 행정이 먼저냐

창원지방법원은 결정문에서 "거제시는 결정 정문을 받은 날로부터 21일 이내에 어촌계설립인가를 해줘야 한다"며 "21일이 경과한 다음날부터 1일 100만원을 함박금어촌계에 지급하라"고 했다. 이에 거제시는 기일 마지막 날인 지난 6월17일 함박금어촌계 설립을 인가했다.
함박금어촌계 관계자는 "대법원의 판결이 난 지 거의 1년이 흘렀음에도 설립인가를 이행하지 않은 것에 의구심이 든다"며 "행정이 법 위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거제시 어업진흥과 담당자는 "대법원 판결에도 즉시 설립인가를 못해준 것은 함박금어촌계와 가배어촌계의 조정을 통해 원만하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대법원 판결에 따라 어촌계 설립을 인가해준다면 한 마을에 여러 개의 어촌계 설립이 가능해져 어촌계가 우후죽순으로 설립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함박금어촌계, 함박금삼마을 어촌계 설립인가 취소를 위한 소송 준비
함박금어촌계 관계자는 "우리는 16년의 법정싸움을 통해 어촌계 설립인가를 받았다"며 "거제시는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함박금어촌계의 설립인가를 미루다 간접강제 결정에 의한 부담감 때문에 마지못해 설립인가를 해줬다. 하지만 삼마을어촌계에 대해서는 신청 3개월 만에 설립인가를 내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또 "삼마을은 행정구역상 존재하지 않는 명칭이므로 어촌계 설립요건에 맞지 않는다"며 "삼마을어촌계 설립인가에 대한 취소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삼마을어촌계 관계자는 "함박금어촌계는 함박마을에 사는 일부 주민들에 대해 함박금어촌계 설립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어촌계원 가입을 거부했다"며 "이에 함박마을을 중심으로 또다른 삼마을(함박·쪽박·할목) 어촌계 설립을 추진했으며, 설립인가 절차도 적법했기 때문에 3개월만에 인가를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시 어업진흥과 관계자가 "대법원 판결에 따라 함박금어촌계 설립을 인가한 만큼 삼마을어촌계 설립인가도 문제가 없다"고 말해 함박금어촌계 설립 때와는 상반된 행정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전국적으로 어촌계를 둘러싼 각종 분쟁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어촌계원의 생산력 증진과 생활 향상을 위한 공동 사업의 수행을 통해 경제·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설립된 어촌계가 어업권 취득과 개발·어촌 공동 시설의 설치와 운영·공동 구매 및 판매·어업 자금 알선 등의 여러 관련된 사업을 통한 이권관계로 인해 지역사회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거제수협에 따르면 현재 거제시에는 총 73개의 어촌계에 3790명의 수협조합원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