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 기분 내려고 이번엔 무리했는데 다음에 또 오고 싶진 않네요,"

2박3일 일정으로 지난달 23일~25일 대전에서 시부모와 거제로 놀러온 이현아씨(30). 거제로 여행지를 결정하고 펜션숙박 예약을 하려던 중 세 번 놀랐다. 비수기와 준성수기, 성수기의 가격차이에 한 번 놀랐고 동부면과 장목면 지역 간 가격차이에 또 한 번, 마지막으로 전화 응대 불친절에 놀란 것이다.

이씨는 "'호텔에 버금가는, 그 이상의 가치'라고 광고문구가 돼 있었지만 시설만 호텔같을 뿐"이라며 "이런 거제에 굳이 또 올 이유가 있느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여름휴가 성수기와 함께 들이닥친 관광지 주변 바가지 요금으로 각 지자체마다 골머리를 앓는 가운데 거제시 역시 극성수기 숙박업소 바가지요금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타 지자체는 숙박요금 사전 고시제 등을 시행해 이를 어길 경우 행정처분 고지를 하거나, 펜션협회 내부적으로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거제시는 행정처분 근거가 부족해 '바가지요금 단절' 캠페인 외에는 이렇다 할 행정조치가 없는 실정이다.

시에 따르면 거제시에 등록돼 있는 펜션은 관광펜션·농어촌민박·일반숙박업 등 다양한 업종으로 지난 6월 기준 658곳에 달한다. 수양·상문·옥포2동에 위치한 몇 곳을 제외하면 모두 면 지역에 위치해 있다.

면 지역별로 같은 조건이어도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17평수를 기준으로 동부·장목·일운면 지역 각 5곳씩의 펜션가격을 비교해본 결과 동부면이 성수기 평균 약 35만원으로 가장 비쌌고, 장목면 평균 약 22만원으로 가장 저렴했다.

일운면은 약 25만원으로 평균치를 웃돌았다. 특히 몇몇 숙박업소는 비수기부터 준성수기·성수기·극성수기 등으로 가격을 구분해 같은 방의 가격차가 20만원 이상인 곳도 5곳 이상이었다.

동부면 숙박업 관계자는 "동·남부면에 호텔시설이 없고 펜션에서 호텔에 버금가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365일 관광객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니 여름철에라도 이익을 남겨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사시사철 찾는 관광지가 되면 가격을 인하할 계획이 있냐는 물음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최근 SNS나 각종 관광후기 관련 게시판에는 거제시 펜션가격 등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바가지요금 관련 신고는 줄을 잇지만 개인 사업체이다 보니 행정에서 제재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관광펜션으로 등록돼 있는 업체는 숙박요금이 사전공개 돼 있어 관리·감독이 가능하지만 관광펜션·농어촌민박·일반숙박업 등 담당하고 있는 실과가 달라 일제 관리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건강한 숙박요금을 주창하는 거제시펜션협회도 구성은 돼 있지만 현재 가입돼 있는 펜션은 61곳으로 채 10%도 되지 않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부산시 해운대구는 바가지요금 근절을 위해 올해부터 '성수기 숙박요금 사전 공개'를 시행하고 있다. 숙박요금을 사전에 구청 홈페이지에 게재함으로써 바가지요금 발생을 최소화하자는 방안이다.

남해군 역시 숙박업소 바가지요금 전액 환불보상제와 요금예고제를 올해부터 확대 실시하고 각 해수욕장 번영회 사무실에 바가지요금 신고소를 설치해 불친절 피해사례 접수를 받고 있다. 바가지요금이 발각되면 행정조치로 과태료 부과까지 실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지난해 남해군이 한 해수욕장에 바가지요금 신고소를 설치한 뒤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 올해 확대 편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결과를 지켜보고 거제시에서도 여건에 맞춰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류성이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