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업시간만을 기다리는 할머니 유치원생들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80을 넘은 까막눈 할머니도 이젠 한글을 줄줄 외우기도 합니다. 어떤 할머니는 거리에 내걸린 간판을 읽으면서 어깨를 으쓱이고, 어떤 할머니는 버스가 어디를 가는지 행선지를 알 수 있어 버스를 타고 자식들 집도 쉽게 찾아갈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선생님 최고’를 연발합니다.”
지역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한글을 가르치는 김복희(56·신현읍 고현리) 상록회 회장은 “할머니들과 한글을 배우고 가르치는 시간이 정말 뜻 깊고 소중하다”고 말했다.
또 “한글교실을 통해 친할머니를 모시는 대리만족을 느낀다”며 “할머니들과 함께하는 한글교실은 봉사시간도 아니고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이며, 할머니들과 재미있게 노는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1980년부터 적십자봉사자로 20여년동안 지역발전 및 취약계층을 위해 묵묵히 봉사해 온 김회장(둔덕면 출신)이 한글교실 강사로 나선 건 어렵고 힘든 시절 가정형편 등으로 한글을 깨우치지 못한 지역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서다.
월요일은 둔덕면 주민자치센터에서, 화요일과 수요일은 옥포2동 주민자치센터에서, 금요일은 여성회관에서 할머니들께 한글을 가르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학습분위기도 다정한 모녀나 고부가 모인 것처럼 아주 화기애애하다.
돈도 안 되는 일에 왜 그렇게 매달리느냐는 주위사람들의 질문에 김 회장은 “내가 거제의 주인인데 고향사람, 이웃을 위해 콩 한쪽 나누고 국 한 그릇 대접하는 것과 다름없는데 뭐가 문제냐”고 반문한다.
또 “돌아가신 할머니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과 봉사활동에 대한 자신만의 독특한 생각 때문”이라고 답한다.
대한적십자사 경상남도협의회 총무, 거제시여성단체협의회 부회장, 상록회장 등을 지내며 30여년동안 봉사활동을 펼치면서 봉사에 대한 나름대로의 주관을 세웠다는 김 회장은 “이젠 봉사활동도 성금이나 성품을 무조건 갖다주는 ‘퍼 주는’ 봉사가 돼서는 안되고 수혜자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마음을 읽고 도와줘야 한다”며 “배우고 싶어도 한글을 배울 수 없었던 많은 할머니들이 한글교실에 참여해 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계간 시세계 가을호 시조부문에 봉정암 외 4편으로 신인상을 수상, 시조시인에 등단하기도 한 김 회장은 “할머니들이 늦게나마 한글을 깨우쳤지만 이젠 시를 쓰고 수필을 쓰는 날이 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최근에는 배움의 열정으로 NIE 논술교사 자격증도 취득, 지역을 위해 또다른 나눔의 길을 찾고 있다.
더욱 열심히 사랑하며, 배우며,내 모습 이데로 살아가겠습니다.
행복 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