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상인이 행복의 비밀을 배워오라며 아들을 현자(賢者)에게 보냈다. 저택은 화려하고 큼직한 거실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들락거리고, 식탁에는 산해진미가 그득 차려져 있었다. 감미로운 음악을 연주하는 악단까지 있었다.
현자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서 젊은이는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마침내 차례가 되자, 현자는 젊은이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는, 지금 당장은 행복의 비밀에 대해 설명할 시간이 없다면서 우선 저택을 구경하고 두 시간 후에 오라는 것이다. 덧붙여서 기름 두 방울이 담긴 찻숟가락을 건네면서, 걸어다니는 동안 기름 한 방울도 흘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젊은이는 계단을 오르내릴 때도 찻숟갈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두 시간 후에 그는 현자 앞으로 돌아왔다. 현자는 자기 집에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 잘 살펴보았느냐고 물었다. 관심은 오로지 기름 한 방울 흘리지 않는 데 있어서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다시 살펴보고 오라는 것이다. 젊은이는 찻숟갈을 들고 다시 저택을 구경했다. 천장과 벽에 걸린 예술품들, 정원과 주변의 산들, 화려한 꽃들, 저마다 제자리에 알맞게 놓여 있는 예술품들의 고요한 조화까지 모두 볼 수 있었다. 다시 현자를 찾은 젊은이는 자기가 본 것들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런데 내가 그대에게 맡긴 기름 두 방울은 어디로 갔소”라고 현자가 물었다. 비로소 숟가락을 살핀 젊은이는 기름이 없어진 것을 알아차렸다.
“내가 그대에게 줄 가르침은 이것뿐이오” 현자는 말했다. “행복의 비밀은 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 그리고 동시에 숟가락 속에 담긴 기름 두 방울을 잊지 않는 데 있는 것이오”라고.
코엘료(Paulo Coelho)의 저서 「연금술사」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행복이 무엇인가 하고 몇 사람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젊은이는 행복은 ‘돈을 많이 벌게 되는 것”이라고, 중년은 “스스로 성취한 결과에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초로(初老)는 “꿈을 성취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과정” 그 자체라고, 그리고 노인은 “욕심을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 맞는 말인 것같다. 헌데 어쩐지 한 사람씩의 이야기는 마치 장님이 코끼리를 만져보고는 코끼리는 구렁이 같다, 코끼리는 기둥 같다, 코끼리는 담벼락 같다고 한 것처럼 말이다.
자! 먼저 돈을 많이 벌은 경우를 생각해보자. 우리나라는 40-50년 전에 개인소득이 100불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열심히 일하여 지금은 2만 불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지만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별로 볼 수가 없으니 어찌된 일인가.
잉글하트(Ronald Englehart) 미국 미시간대 교수의 조사에 의하면 국민행복지수는 방글라데시가 세계 1위이고, 부유한 선진국들은 뒤쪽으로 밀려 미국 46위, 일본 44위, 독일 42위, 프랑스 37위, 영국 32위 순이었다니, 반드시 부(富)의 성취가 곧 행복은 아닌 것 같다.
다음으로 성취에 대한 만족이 곧 행복이라는 데는 이론적으로 결함이 있는 것같다. 욕심은 끝이 없는 것이어서 어느 정도가 만족한 성취인지를 규정하기가 어렵고, 성취의 결과만을 말한다면 ‘한탕주의’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모순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성취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 그 자체가 행복이라는 생각은 대단히 건전한 사고방식인 것은 확실하지만 거기에는 성취의 정도가 빠져 있기 때문에 어쩐지 어색한 감이 있다.
행복은 욕심을 줄임으로써 느낄 수 있는 것이라는 견해는, 앞에 열거한 여러 전제가 이루어졌을 때 그 성취의 결과에 대한 욕심을 줄이면 행복할 수 있다는 데는 충분히 동의 할 수 있는 견해라고 보여진다.
“만약 매슬로우(Abraham Maslow)의 ‘욕망의 5단계 설’(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소속감의 욕구, 명예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에 6단계를 하나 더 첨부하라면 ‘무욕(無慾)의 욕구단계’를 추가해 보고 싶다. 뜻밖에 사람은 욕망을 버릴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끼게 된다. 모든 욕구로부터 떠난 후 행복을 얻었다는 현인(賢人)들도 있다. 그들은 현재 가진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적은 내 안에 있다」라는 책에서 1년간 1,000권의 책을 읽고 터득한 진리라면서 27세의 젊은 저자 남강은 고백하고 있다.
꿈을 가지되 건실한 꿈을, 그리고 열심히 노력하여 그것을 성취하고는 그 결과에 대해 끝없는 욕망을 적절히 자제하면서 만족감을 느낄 때 비로소 행복은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은 아닐까. ‘범사에 감사할 줄 아는 자’만이 행복할 수 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