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동안 그는 그 그림의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우연히 그림 하단에 적힌 글귀를 보고 인터넷 검색으로 그 그림의 가치를 알았다고 했다. 물론, 그 그림은 이제 단돈 500원의 가치 정도가 아니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미국의 한 여성이 벼룩시장에서 액자가 예뻐서 7달러를 주고 그림 한 점을 샀는데 그 그림은 유명한 프랑스 화가 르노와르의 그림이었다. 또 뉴욕의 한 사람이 시리얼 그릇으로 사용하려고 벼룩시장에서 3달러를 주고 산 도자기가 천 년이 넘는 중국 북송시대 도자기로 소더비경매장에서 220만 달러에 낙찰되었다. 2010년에는 한 영국인이 라스베거스 중고시장에서 단돈 5달러를 주고 산 그림 중에서 미국 팝아트의 거장 '앤디워홀'의 작품이 발견됐다. 이 작품의 가치는 208만 달러(약 23억원)에 달한다.
이외에도 중고 시장이나 벼룩시장에서 명화나 국보급 보물이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종종 접한다. 이 시점에서 내가 궁금한 것은, 그러면 그것을 소장하고 있던 사람은 도무지 그 물건의 가치를 알아볼 만한 안목이 없었느냐 하는 것이다. 물론, 답은 '그렇다' 일 것이다. 그 물건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벼룩시장에 내놓거나 창고 세일로 팔았지 않았겠는가. 그러니 어떤 것이든 안목을 높이고 어떤 분야의 지식이나 식견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얼마 전 나도 우연히 누가 그릇 여러 점을 인터넷 사이트에 저렴하게 내놓은 것을 보았다. 그 중에서 딱 두 점이 내 눈을 끌었는데 처음에 나는 긴가민가했다. 저장용기에 그려져 있는 그림은 분명히 내가 알고 있는 영국제 도자기의 그림이었지만 요즘 워낙 소위 짝퉁이 많고, 설마 주인이 그걸 알아보지 못하고 내놓았을까 의심스러워서 일단은 연락해 보기로 했다. 주인은 친절하게도 우리 동네 나올 일이 있다며 그것들을 직접 들고 왔다.
나의 예상대로 그 저장용기들은 내가 아는 영국제 저장용기가 맞았다. 그것도 그 도자기 회사가 초창기에는 제품에 그림을 전사하지 않고 일일이 사람 손으로 그려 색칠을 했는데 그게 바로 그런 제품이었다. 저장용기 밑바닥에 그 회사 초기 시절의 로고와 연도가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이 영국제 저장용기가 오래된 유물이거나, 미국이나 유럽의 벼룩시장에서 발견되는 귀하고 오래된 도자기라서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거나 하면 얼마나 좋았겠는가마는 불행히도 인터넷으로 클릭 한번으로 얼마든지 주문할 수 있는 흔한 것이라서 아쉽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내게 든 생각이, '내 눈이 보배'라는 것이다.
무더운 여름을 지나면서 허름한 도자기 용기 하나가 내게 준 생각이다. 많은 사람이 이 물건을 보았을 텐데 이 저장용기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나뿐이었다. 내가 그 그림을 알아본 것이다. 도자기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었기에 한 눈에 알아보았던 것이다.
'눈이 보배' 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눈썰미가 있어서 한번 본 것은 잊지 않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눈이 보배가 되려면 먼저 그것에 대한 지식이 있고 남다른 관심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식과 관심이 없으면 아무리 수 백 년 된 보물이나 도자기를 눈앞에 대령한들 알아보겠는가.
그러면 보배를 한 눈에 알아보는 시초인 관심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그건 바로 '사랑'이다. 조선 시대 최고의 서화 수집가 석농(石農) 김광국의 '석농화원'에 동시대 유한준이 석농을 칭송하며 쓴 발문이 있는데 그 내용이 딱 내 마음에 맞아 한 줄 읊조려본다.
"알게 되면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면 참되게 보게 되고, 볼 줄 알게 되면 모으게 되나니 그때 수장한 것은 한갓 쌓아두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어떤 일이나, 물건이나, 사람에 대한 사랑이 결국 그것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관심이 지식과 식견을 쌓게 하며 그래서 우리는 보배로운 눈을 가지게 된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이나 일에 심드렁하고 무관심한 나는 별로 보배로운 눈을 가지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좀 더 생각을 앞으로 발전시켜, 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사람에 대한 이런 자세는 좀 지양해야 되지 않을까 반성하는 바이다. 지금은 미숙하고 천둥벌거숭이인 한 학생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미래를 이끌어나가고, 자신만의 분야에서 독창성과 창의성을 가지고 세계 문화의 한 부분을 개척해 나갈 인재를 알아보는 그런 보배로운 눈을 가진 교사여야겠다고 잠시 반성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