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도 막바지를 보였던 지난 20일. 아이들에게 이 여름 마지막 추억을 선사하고 싶었던 정희선씨(여·45·고현동)는 부랴부랴 도시락을 챙기고 음료수 과자 등을 아이스박스에 담아 학동으로 향했다.
더위는 아직도 끝을 보이지 않아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파도는 아이들의 함성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해수욕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집으로 향하는 운전대를 잡은 정씨. 학동에서 고현으로 들어서는 고갯길에 접어들자 바로 앞쪽에 트럭이 보였다.
그런데 트럭뒷자리 화물칸에 주행반대방향으로 자리를 잡고 앉은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여성이었다. 뒤따르고 있는 차량의 아이를 봤는지 손을 흔들자 옆자리에 탄 아이도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구불구불한 고갯길을 안전벨트가 있을 리 만무한 트럭 화물칸에서, 이리저리 몸을 기우뚱거리는 모습도 모자라 해 맑게 손을 흔드는 모습에 할 말을 읽었다. 가까이 다가가면 서로 더 민망해질 것 같아 속도를 줄였다.
옆 좌석과 뒷자리에 앉은 아이들이 "와, 재밌겠다. 나도 저 차 타고 싶다"고 말했다. 정씨는 "안돼. 사람은 트럭 뒤에 타면 안 되는 거야"라는 말로 아이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뒤따르던 정씨의 뇌리에 오만가지 생각이 오갔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하지' '도대체 60·70년대도 아니고 무슨 일이야' 등등. 순간 앞 트럭에서 앞질러 가도 된다는 신호로 우측깜빡이를 켜 주며 속도를 줄였다.
앞 상황을 주시하며 앞지르기를 하려는 순간 곁눈질로 바라 본 하얀 트럭 옆엔 거제시청 '블루시티' 로고가 떡하니 박혀있었다. 일반인 차량도 아닌 거제시청 차량이라니.
정씨는 "짐작하건데 주위 가까운 곳에 작업을 나가는 모양 같았다"며 "아무리 짧은 거리이지만 산길에서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되겠는가. 다른 사람들보다도 뒷자리에 앉아 있던 여성분은 아무런 보호장비 없이 정말 위험해 보였다"고 말했다.
정씨는 "불법유무를 떠나 트럭 뒤 화물칸에는 사람이 아닌 화물이 실려 있어야 한다는 건 상식"이라면서 안전불감증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도로교통법 제49조 제1항 제12호에 따르면 화물적재함에의 승객탑승 운행행위는 법적으로 처벌 대상이다. 차량에는 승차정원이 기재돼 있다. 정원 초과 문제뿐 아니라 사고발생시 보험 혜택도 받을 수 없다.
운전자의 부주의가 아닌 적재함에 승차한 사람의 안전부주의로 인한 사고도 운전자가 손해를 배상해야 하며 보험구제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