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람은 거리의 쇼윈도 풍경도 바꿨다. 여름 제품들은 어느새 가을제품에게 자리를 내줬다. 거리를 지나는 여자들의 옷차림이 계절의 변화를 알게 한다.
윤미화씨(여·23·상문동)는 패션에 민감하다. 하지만 시즌이 끝날 쯤 물건을 구입하면 가격측면에서 좋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알뜰 족이라고 자부한다. 윤씨는 지난주 고현시내를 돌아보며 올해 유행을 짐작해 보고 가능하면 저렴한 여름제품들을 구입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쇼핑에 나섰다.
상가 밖으로 즐비하게 늘어선 행거들이 장관이었고, 주변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상가 앞 인도는 그 상가의 사유지인 듯 한 생각까지 들게 했다. 좁은 인도를 점령한 행거와 그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로 인해 보행자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심한 곳은 보행자체가 불가능해 차도로 내려서야 할 지경이었다.
연신 '좀 지나갑시다'는 말로 존재를 알리고 걸어가지만 밀려오는 짜증은 어쩔 수 없었다. 휴대폰 가게 앞은 휴대폰이, 신발가게 앞은 신발이, 약국 앞엔 과일이 지나가는 행인을 유혹하며 인도를 뒤덮었다.
여기에다 업소를 알리는 광고판과 춤추는 인형, 골목사이 쓰레기봉투의 오물까지. 불법 적치물로 인도는 더 이상 보행자의 것이 아닌지 오래다. 경쟁하듯 인도를 점령한 불법 적치물로 차도로 내몰리는 것은 결국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이다.
유모차를 밀고 지나가던 시민이 쇼핑에 정신없는 사람과 부딪치며 짜증 섞인 목소리들이 오간다. 요즈음의 피곤한 일상을 말해주듯 여유와 배려는 찾을 수 없다. 미안하고 잘못했다는 목소리 역시 들을 수 없다.
윤씨는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팔고 싶은 상점주인들의 마음은 이해가 된다"면서도 "인도(人道)를 안전하게 다닐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보행자의 권리다. 보행자의 권리가 무시되는 것은 지역사회에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라고 주장했다.
그녀는 "이렇게 어지러운 도시풍경은 업주나 시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행정의 강력한 제재·단속과 더불어 상인들의 의식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