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차마을 해안, 각종 시설물 유실…옥포·아주동 등 4만7000가구 정전

강한 바람과 많은 비를 동반한 제18호 태풍 '차바(CHABA)' 영향으로 지역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고현과 중곡·장평동 해안가를 중심으로 침수피해가 발생하면서 고현항 항만재개발사업에 따른 매립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태풍 차바가 북상한 지난 5일 거제지역에는 평균 174.5㎜의 비가 내렸고 초속 32.8m 안팎의 강풍이 몰아쳤다. 시간당 최대 강수량은 78㎜, 순간 최대풍속은 초속 47m로 측정됐다.
많은 비에 만조시간이 겹치면서 고현동을 중심으로 침수피해가 발생했다. 고현천은 가까스로 범람위기를 넘겼지만 하천과 인접한 도로에서부터 물이 차올라 교통이 일시 통제됐다.
연초천 하류지대인 중곡동은 침수피해가 심각했다. 저지대 도로가 물에 잠기는 것을 시작으로 중곡동 지역 아파트 주차장이 물에 잠겨 차량 수십여대가 침수피해를 입었다. 상가가 밀집한 지역도 순식간에 들이닥친 물 때문에 침수피해가 잇따랐다.
장평동 역시 해안가를 중심으로 침수피해가 발생해 주민들의 애를 태웠다. 물이 빠진 뒤에는 엄청난 양의 각종 쓰레기가 도로 곳곳에 쌓였다. 연초면 오비마을 해안가에 있는 주택 2채도 물에 잠겼다. 집 안방까지 물이 차오르자 주민들은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했다.
주민들은 고현항 항만재개발사업으로 인한 매립이 침수피해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고현동 주민 김모씨는 "지난 9월 비가 올 당시에도 우수방류구에서 물이 역류하며 고현동 현대자동차 앞 도로가 침수됐다"면서 "고현항 매립사업 이전에는 이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빗물과 강물 등이 고현항으로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피해를 키운 듯하다"고 덧붙였다.
중곡동에 살고 있는 주민 이모씨는 "최근 태풍과 장마 등에도 심각한 침수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번은 달랐다"며 "강수량이 200㎜도 되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중곡동 지역이 물에 잠겨 버렸다"고 말했다.
이씨는 "고현항 매립으로 연초천과 고현천 물이 바다로 빠지지 못했고 만조시간까지 겹치면서 태풍 '매미' 때와 비슷한 피해가 발생했다"면서 "앞으로 고현항이 완전히 매립되면 폭우와 태풍 등으로 인한 침수피해는 상상 이상으로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행정과 사업자 측에서 고현항 매립으로 인한 침수피해 대비를 위해 제대로 된 시뮬레이션이라도 해본 것인지 의문"이라며 "매년 이같은 침수피해가 발생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것인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남부면 여차마을은 이번 태풍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강한 바람으로 인한 파도 때문에 30톤에 달하는 콘크리트 테트라포트(삼발이) 300개가 유실되고 선착장 내 아스팔트와 가드레일 등에 피해가 발생했다. 거제시는 피해액을 7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는 상태다.
일부 지역에서는 전기 공급이 끊겼다. 이날 오전 9시께 아주·옥포·수양·능포·장승포동, 장목면 등 8개 지역에서 정전이 발생해 4만7000여 가구에 대한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강풍으로 한전의 송전선로에 이상이 생기면서 발생한 것이었다. 이 때문에 대우조선해양은 조업을 중단하고 이날 오전에 현장 직원들을 퇴근 조치했고 아파트 주민들은 엘리베이터 가동이 멈춰 계단을 이용하는 등 불편을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