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시대 죄 지은 사람의 목을 베는 사형집행수를 망나니라고 불렀다. 특별히 자격을 갖춘 사람이 아니고 주로 중죄인 가운데 뽑아 썼다. 따라서 망나니는 인상이 험악하고 성질이 포악하고 못됐다. 망나니는 사형수의 목을 내리치기 전에 입에 물었던 물을 칼에 뿜어내며 한바탕 칼춤을 추며 구경꾼에게 재미를 보태준다. 그래서 지금도 하는 짓이 못된 사람을 망나니라 일컫는다. 어원은 '막+낳은+이'로 '막되다' 또는 '끝'이라는 뜻을 가진다.
막국수는 메밀의 겉껍질만 벗겨낸 후 빻아 낸 거친 가루로 만든 국수다. 빛깔도 거무스레하고 면발도 굵고 투박하다. 잘사는 부잣집에서는 밀가루로 국수를 만들어 먹었지만 못사는 집에서는 고기 따위의 고명도 얹지 않은 막국수를 먹었다. 지금은 뒤바뀌어 막국수가 오히려 건강식품으로 대접을 받고 있다.
술도 맑고 귀한 술은 청주지만 막 걸러낸 것은 막걸리다. 일 중에서도 이것저것 가리지 닥치는 대로 일하는 것을 막일이라 하고,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을 막일꾼이라 부른다. 배추 껍질을 막 썰어서 담은 김치는 막김치고, 품질이 낮은 사발은 막사발이다. 담배도 품질이 낮으면 막담배다. '막'자가 붙은 말들은 모두 거칠고 품질이 낮은 조제품을 뜻하지만 그렇다고 흉이 될 건 없다. 아무리 비싼 양주라도 시고 달고 쓰고 텁텁한 막걸리 한잔의 맛을 따르지 못할 경우도 있고, 겉절이로 만든 막김치도 여간 맛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 이 '막'자가 사람의 행동이나 말에 붙으면 곤란해진다.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사람은 막가파고, 되는대로 함부로 하는 말은 막말이다. 그것도 정치에 붙으면 '막말정치'가 된다. 막말의 감정싸움, 막판까지 얼룩진 국정감사의 정치판을 보면서 품격도 교양도 실종된 이 시대 정치인의 함량미달의 의식수준에 기가 찬다. 막말이 충성심이고, 당의 결집이고, 자기 존재감의 과시라고 여긴다면 큰 착각이다. 아무리 그 행위가 법적으로는 책임이 없다하더라도 국민들을 실망시킨 책임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제발 행복해지는 언어의 기술부터 먼저 익히라고 당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