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경남생활체육대축전을 알리며 상징처럼 서 있던 조형물들이 하나둘씩 철거되고 있다.
거제시청 앞과 종합운동장 주위에 서 있던 조형물들은 누구의 솜씨인지는 모르지만 보기에 좋았다. '제27회 경남생활체육대축전' 로고와 글만 뺀다면 좀 더 세워놓아도 괜찮을 만큼 꽃 상태도 좋다.
고현에 살고 있는 박상준씨(63)는 시청 앞에서 조형물 철거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시청 출입구에서 그날의 축제를 알리며 유혹하듯 서 있던 키 큰 꽃장식 조형물은 제거작업이 한창이었다.
크레인까지 동원돼 시청 입구 차선 하나를 통제한 채 30분이 넘도록 씨름한 상태였다. 그런데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형물을 장식하고 있는 꽃들은 시들어 가고 있었지만 전체적인 조형물은 좀 더 두고 봐도 괜찮을 듯 하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모두 쓰레기 취급이다. 자신처럼 서서 구경하는 사람도 없었다. 버려지는 것이 당연해 보였다. 행사 전까지 귀빈처럼 대접받으며 조심스럽게 다뤄지던 꽃들은 행사가 끝남과 동시에 찬밥 신세다.
'저렇게 예쁘게 꾸미려면 상상도 못 할 꽃값을 지불했을 텐데…'라는 생각에 박씨는 조형물들을 자세히 봤다. 일년초 꽃들이 칸칸이 꼽혀 있었다.
일반 화환과는 달리 흙에 뿌리가 박혀 있는 듯해 누군가가 물이라도 준다면 생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섬꽃축제'나 '옥포항축제' 같은 지역 축제에 다시 활용해도 무방할 것 같았다.
박씨는 "물론 시들어가는 모습을 보이는 꽃들이 군데군데 보인다. 철거를 해야하는 것도 맞는 것 같기는 하지만 활용에 대한 생각은 안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라면서 "아직 거제시 살림이 살만한 모양이다. 일반 시민들은 어떻게든 윗돌 들어 아랫돌 막으며 윗돌아랫돌 할 것 없이 이렇게 저렇게 아껴 살아보려 하는데도, 시민들이 내는 세금은 그냥 화수분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한심해 한참을 쳐다보고 서 있다 돌아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