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근로자들의 출·퇴근 시간대 고현과 장평, 옥포지역에서는 차량 사이로 곡예운전을 마다않는 오토바이 운전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특히 오토바이의 최소 안전장치인 헬멧조차 쓰지 않은 운전자들의 모습에 지켜보는 이가 더 불안할 정도다.
고현과 장평동 등지에서 양대 조선소의 오토바이 출·퇴근 부대를 만나는 것으로 아침저녁을 맞는 주민과 운전자들은 폭주족 아닌 폭주족들과의 대면이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니다. 잠시 신호에 맞춰 정차하고 있으면 차와 차 사이를 비집고 들어서며 자신들의 자리를 만들어가는 오토바이족들 때문에 크고 작은 접촉사고는 다반사다.
장평동에 살고 있는 회사원 김지연씨(42)는 몇 달 전 오토바이와 작은 접촉사고가 났었다. 대기신호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차량 사이를 조금씩 전진하던 오토바이가 차량 뒤쪽 범퍼를 들이받은 것이다. 경미한 사고여서 사과인사로 끝났지만 그날의 사고 이후 오히려 차량운전자인 김씨가 더욱 움츠러드는 것이 문제다.
사고 이후 김씨는 오토바이들이 차량 옆으로 다가와 신호대기를 하고 있으면 초록색 신호등이 들어와도 잠시 더 기다려준다. 차량 옆에 붙어 있던 오토바이가 조금 떨어진 듯한 느낌이 든 후에야 운행을 시작하는 것이다.
김씨는 "오토바이의 행렬 속에서 한층 작아지는 느낌"이라며 "끝도 없이, 법도 없이 밀려드는 오토바이들이 무섭다"고 말했다. 김씨는 "한번은 신호를 기다리다 차량 앞과 옆, 뒤쪽에 총 8대의 오토바이에 에워싸였던 적이 있었다"며 "그때는 정말 운전대를 잡고 운전을 한다는 것이 아찔할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조선근로자들의 오토바이들이 폭주해서 폭주족이 아니다. 수많은 오토바이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을 때 주민과 운전자들이 받는 느낌은 폭주족 그 자체"라며 "차량 운전자만 안전운행을 해야 할 것이 아니라 도로 위를 달리는 모든 이들이 서로를 위해 안전운행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