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시의원, 개발행위 가속화 우려된다 지적
난개발 막을 수 있는 방편 사라질 처지에
시, 실제로는 제약 사항…자연훼손 줄어들 것 주장

사설도로(사도)의 구조기준 완화를 골자로 하는 조례안이 해당 상임위를 통과하면서 개발행위 가속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거제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위원장 조호현)은 지난 2일 산건위에 상정된 '거제시 사도의 구조기준 완화 조례안'을 원안 가결했다.
이 조례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면 폭 10m이상, 길이 50m 이하의 사도를 개설할 경우 종단경사(도로의 기울기)는 최대 18도까지 적용하게 된다.
조례안 제정 이전 최대 종단경사는 14도였다. 또 사도연장이 50m 이하일 때 차선폭은 4m 이상, 길어깨 폭은 0.5m로 완화됐다. 종전기준은 차선폭 5m 이상, 길어깨 폭 0.75m였다.
이날 거제시 도로과는 조례안 제정 목적으로 자연훼손 최소화, 시민의 경제적 비용절감 등을 꼽았다. 종단경사도가 낮을 경우 도로 개설 시 경사도를 맞추기 위해 더 많은 흙을 파내거나, 직선도로가 아닌 굽은 도로를 만들 수밖에 없어 자연훼손이 심해진다는 논리였다.
이 때문에 사도를 개설하려는 개인에게도 경제적 부담이 가중된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사도의 종단경사도가 높아지면 많은 흙을 파낼 필요가 없이 직선도로를 개설할 수 있어 자연훼손 최소화는 물론 개설자의 비용절감이 기대된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대다수의 산건위원들이 해당조례안에 대한 명확한 이해나 공부가 부족해 조례안 가결에 따른 문제점 발생 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일부 시의원들이 개발행위 허가 가속화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지만 조례안 가결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질의응답 과정에서 해당 조례안이 통과되면 건축행위 허가가 불가능했던 지역까지 허가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행정의 답변이 나왔지만 산건위는 찬반토론 등의 별다른 과정 없이 일사천리로 이 조례안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이날 이형철 의원은 "이 조례안은 결국 사도의 종단경사도를 높여 집을 지을 수 없는 지역에까지 집을 지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 아니냐"며 "자연훼손, 무분별한 개발행위 허가 등에 대한 시민여론이 비등한데도 규제개혁 심의위원회의 안건이라는 이유만으로 조례안이 상정됐다는 점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대다수 시민들의 정서와는 맞지 않는 조례안"이라며 개발행위 가속화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윤부원 의원은 "사도의 폭이 좁고 길이가 짧을수록 경사도가 낮아야 한다"면서 "경사도를 하향조정하는 것이 난개발을 막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전기풍 의원은 "도로는 경사도가 낮을수록 안전도가 높다"면서 "사도 허가 후 행정의 철저한 안전시설 점검 등의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 김양두 안전도시국장은 "조례안 제목만 완화이지 실제로는 제약사항"이라면서 "사도법상 정해진 기준에 따라 조례안에 2개의 조문만 넣었다"고 말했다.
김 안전도시국장은 "사도 종단경사도를 낮추면 도로 길이가 늘어나면서 산림훼손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시 박강훈 도로과장은 "조례안에 해당 되는 사도개설의 경우 1년에 1~2건에 불과하다"며 개발행위 가속화 우려를 일축하면서도 "사도를 개설할 사람은 어떠한 규제가 있더라도 도로를 내는 것이 현실"이라고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시민 A씨(고현동·54)는 "사도의 구조기준을 완화하겠다는 것은 결국 개발행위 허가를 더욱 많이 내줄 것이라는 이야기와 일맥상통 한다"면서 "거제전역의 산야에서 무분별한 개발행위가 자행되고 있는데도 다시금 개발을 부추기는 조례안을 제정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성토했다.
A씨는 또 "개발행위 업자들의 잇속만 챙기는 조례안 제정을 두고 시의원들이 제대로 된 지적을 하지 못했다는 현실이 더욱 서글프다"며 "지금까지 지역 산야를 파헤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