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의 대한민국
최순실의 대한민국
  • 거제신문
  • 승인 2016.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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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장렬 칼럼위원
▲ 윤장렬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언론학 박사과정

난리 아닌 난리가 났다. 최순실의 국정개입이 가시화되면서 지금 대한민국은 발칵 뒤집혔다. 언론은 국가와 대통령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펼친 최순실을 극악무도한 '국사범'으로 몰고 있고, 최순실과 관련된 주변인들과 그들의 행적을 하나씩 폭로하고 있다.

그래서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인물들이 가해자로 또는 피해자로 언론에 집중되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최씨에게 조종당한 무능한 대통령은 국가가 위임한 대통령의 권리와 권한을 포기했고, 더 나아가 대통령의 책임과 의무를 방관하는 기가 막힌, 참으로 웃지 못할 일들이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여기에 분노한 시민들은 거리로 나왔고 대규모 촛불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마치 활기찬 시민사회와 역동적인 정치적 공론장이 대중들의 분노를 조직하고 표출되는 현상처럼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행동들은 참으로 고무적인 현상이다.

왜냐하면 국민들이 요구했던 규범적 기대가 국가의 정당성을 평가하고 개체화된 시민사회가 정치적 공동체로 포용되는 과정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혼란 정국에서 가장 큰 우려는 무엇이 문제인지 불분명한 것이다. 지금 대두되는 문제의 요지는 크게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 농단', '박근혜의 권력 사유화'이다. 이를 놓고 대중들은 '박근혜 하야'와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까지 국정 운영을 비선에서 관리, 조정됐다는 일은 무척이나 어처구니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자. 지금까지 박근혜의 사람들로 지칭되며 국정을 운영했던 '계선(系線)', 즉 비선의 반대인 계선의 실세들이 대한민국을 어떻게 운영해 왔던가? 세월호에서 사드 배치는 물론 노동자 탄압 등 지난 몇 년간 국민들은 '국가 폭력 책임자 처벌, 박근혜 정권퇴진'을 꾸준히 외쳐왔다.

그런데 지금 대중은 마치 새로운 사실에 대한 폭로나 갑작스러운 환멸이 있었던 것처럼 분노하고 있다. 유체이탈 박근혜와 비선 최순실의 국정 농단은 본질적인 문제 접근에 대중들의 관심만을 흐리게 할 뿐이다.

지금의 혼란 정국이 또 다른 혼란에 처한 원인은 정부와 야당을 비롯한 정치 정당 그리고 검찰과 언론 등 각기 다른 사회적 기관들이 상호 관계에 의해 작동되고 있는, 즉 모든 기관들이 지배 권력에 의해 조종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공동체 내에 형성됐던 사회적 룰(법)이 제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다. 법, 즉 사회적 룰을 누가 어떻게 만들었다 하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정해진 규칙들이 철저히 무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기관이나 검찰 또는 언론기관에서 기능하지 못하는 규율과 규칙은 기관의 내적 구조는 물론, 타 기관과의 관계에서 여전히 기능하고 있다. 이러한 본질적인 사회적 문제가 공론화되지 않는 이유는, 나 스스로도 내 이웃도 그리고 내 지역에서도 청탁과 회유가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이처럼 역동적인 시민들의 정치 활동에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는 논의들이 다양하길 바란다.

지금 혼란 정국은 '최순실의 대한민국'으로 집중돼 박근혜 하야와 최순실을 비롯한 주변인들을 벌하는 수위로 끝날 공산이 크다. 나쁜 지도자를 끌어내는 일도 민주 사회로의 단초가 되겠지만, 좋은 지도자를 갈망하는 민중에서 잘못된 사회 구조를 비판하는 정치적 참여가 내 삶과 내 주변을 바꿀 수 있는 참 동력이 될 것이다.

새로운 지도자를 선택하는 정치적 혼란이 아닌 '최순실의 대한민국' 그 자체라는 비판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지금의 난리에서 박근혜 하야만을 외치며 분노하는 대중들을 누군가가 조종하고 있다는 불쾌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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