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청소년수련관서
서울 아들집을 방문 중이던 한 어르신은 거제시 시민자치대학 수료식이 열린다는 행정의 알림문자를 받고 부랴부랴 고속버스를 타고 거제로 향했다. “시민자치대학은 이미 나와의 약속의 시간이 됐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거제시민자치대학 2016년도 마지막 정규강좌이자 389회 강좌가 지난 8일 청소년수련관에서 열렸다. 이날 올해 14개 강좌 개근자 206명에 대한 수료증도 수여됐다.
오래됐지만 귀중한 이름인 ‘어르신’. 580여명의 어르신들이 두꺼운 겨울옷과 모자, 마스크를 한 채 추위를 뚫고 올해 마지막 정규강좌를 듣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강좌에 앞서 치러진 수료식에서 거제시 권태민 주민생활국장은 공자의 말을 인용해 “들은 것은 잊어버리고 본 것은 기억하고 직접 해본 것은 이해한다”면서 “한 해 동안 시민자치대학에서 들었던 강의가 들은 것에 그치지 않고 시민 여러분의 넓은 지식으로 녹아나 삶이 풍요로워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권 국장은 또 “지난 일 년 동안 시민자치대학이 원활하게 운영되도록 도와준 자원봉사자들과 관계자들에게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박재희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이 ‘2500년 전 3대 슈퍼스타에게 듣는 삶의 지혜’라는 주제로 2016년 마지막 강좌에 나섰다. 박 원장은 “뭔가를 배우러 가는 것만큼 재미있는 것도 많지 않다”며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난감할 때 먼저 살다 가신 이들에게 우리가 어떻게 사는 게 제대로 사는 것이냐고 물어보러 가는 것이 교육이다”며 동양고전의 3대 성현인 공자, 노자, 순자의 가르침을 설명했다.
강좌 중 박 원장의 재치와 입담에 연신 웃음이 터져 나왔고 그때마다 박수도 잇따랐다. 수강생들은 궁금한 것이 있으면 그때그때 질문을 던지며 열의를 보였다.
김춘숙 어르신(67·하청면)은 “처음에는 시민자치대학의 의미를 몰랐지만 다니다보니 다양한 강좌를 통해 교양·철학·상식·지혜 등 몰랐던 것을 많이 배울 수 있었다”며 “지금은 시민자치대학이 많이 알려져 많이들 오고 있다. 나 역시 농사를 짓다가도 자치대학이 열리는 날이 가까워지면 기다려지게 됐다”고 말했다.
1999년3월 이후 389번의 강의를 빠짐없이 들었다는 진영수 어르신(73·일운면)은 “내 자신을 위해 다른 훌륭한 사람들이나 선인들의 가르침을 들으며 삶의 지혜를 배우고 있다”며 “살아가는 동안 이러한 지혜들이 삶의 토양이 될 것”이라고 만족해했다.
시민자치대학은 집에서 일상에 젖어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어르신들에게 친목, 교제, 변화의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시 교육체육과 김애영 주무관은 “어르신들에게 시민자치대학은 하나의 약속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이 평생교육의 역할과 더불어 친목, 교제의 기회가 돼 밝아지는 어르신들의 얼굴을 볼 때마다 뿌듯하다”고 말했다.
김 주무관은 “앞으로는 보다 다양한 연령대가 시민자치대학의 혜택을 받도록 찾아가는 강의를 개최할 계획”이라며 “그 첫 시간으로 오는 23일 해성고등학교에서 시민자치대학이 열린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