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나이를 잘 모릅니다. 다만 범띠라는 것과 남편보다 두 살 적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거제면 옥산리 동림마을 6남매의 엄마 배성선씨(46)는 자신의 나이조차 정확히 기억 못할 정도로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6남매 키우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나이 개념이 없어지더라는 것이 딸부자 배씨의 설명이다.
그렇지만 ‘솔라(17) 세라(15), 사라(15), 유수(13), 나라(6), 보라(3)’ 등 아들 딸 이름만은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1남5녀중 유일한 남자인 유수는 제법 가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구미시로 유학 간 큰 딸 솔라는 다섯 동생들의 기둥이다. 또 쌍둥이인 세라와 사라는 엄마의 가게 일도 도우며 나라와 보라를 돌보는 재산 밑천이다.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나라와 보라는 서로를 의지하며 무럭무럭 커 간다. 두살 많은 월급쟁이 남편(윤종재씨)과 결혼할 때는 평범한 가정을 꿈꿨지만 18년이 지난 지금은 동네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인사가 됐다.
그래도 어려운 시절 9남매를 낳아 키운 시어머니에 비해서는 조족지혈이라는 것이 배씨의 설명이다.

큰 딸은 물론 다섯째 나라까지 막내동생 보라를 책임지고 돌보겠다며 자랑스레 떠드는 아이들의 밝은 표정에서 우애가 마구 묻어난다. 서로를 잘 챙기며 자립심마저 대단하다.
반찬이나 옷가지 학용품 용돈 등의 문제로 투정부리는 경우는 거의 없고, 자기들끼리 힘을 합쳐서 집안을 정리정돈하고, 세라 사라 유수는 번갈아가며 엄마 가게(거제면 소재 거제마트) 일도 도우는 등 일손을 덜어주려고 애쓴다.
어린 동생들에게 간식도 챙겨주고 아플 때는 엄마 대신 병원에도 데려갈 정도다.
6남매 키우는데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성신씨는 “애들이 어릴 때는 힘들고 아플 여가도 없었지만 이제는 자기 일도 알아서 챙기고, 언니 오빠가 엄마 아빠 역할을 대신해 줘 오히려 부모 노릇이 편하고, 지친 몸으로 방에 들어갔을 때 ‘팔다리 주물러 드릴께요’하며 우루루 아이들이 달려드는 순간의 행복은 아무도 모를것”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다만 “9남매로 아무 탈 없이 잘 자랐던 남편도 마찬가지겠지만, 힘들었던 일보다 남들만큼 뒷바라지를 제대로 못해주는 것이 늘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