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지방선거 출마설 무게…더민주, '전략적 인사' 단정
현 시장과의 관계 설정 등 다양한 예측으로 설왕설래

지방선거 출마를 위한 배수진인가, 지역 호사가들의 호들갑인가.
지난 2013년 이후 3년 만에 두 번째 거제시부시장으로 지난달 26일 부임한 서일준 부시장을 두고 지역 정치권 안팎이 시끄럽다.
첫 번째 부시장 재직 당시와 그 이후의 행보를 볼 때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위한 초강수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가운데, 서 부시장은 "일부 지역 정치꾼들의 호들갑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으며 더 이상의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내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1년6개월 남긴 시점에서 서 부시장의 이례적인 두 번째 부시장 부임은 공무원이 아닌 정치인 서일준의 행보라는 것이 지역 정치권의 대체적 판단이다.
서 부시장의 정치적 행보는 권민호 거제시장의 차기 시장선거 불출마 선언과 궤를 같이 한다는 것이 공통적인 시각이다. 가장 강력한 차기 시장 후보가 불출마를 공식화하면서 서 부시장이 정치적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이번 부시장 부임을 위해 서 부시장이 홍준표 도지사에게 "다시 경남도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이야기까지 전해지면서 차기 지방선거 출마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 서 부시장은 경남도 재난안전건설본부장·문화관광체육국장 시절 매달 3~4차례 거제를 방문했다. 비공식적인 방문까지 더한다면 거제 방문횟수는 훨씬 높아진다.
거제 방문을 탐탁지 않게 여긴 홍 지사에게 경고를 받았었다는 소문까지 전해지면서 서 부시장의 행보를 정치적 판단의 근거로 해석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당장 더불어민주당 거제지역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서일준 거제부시장, 선거용 인사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서 부시장의 부임을 '전략적 인사'라고 단정했다.
더민주 지역위는 "권 시장의 요청인지, 홍 지사의 지극한 배려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기 충분한 전략적 인사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더민주 지역위는 "서 부시장의 거제시장 출마설은 지역사회에서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면서 "정상적인 인사라면 정치적 중립훼손이나 시정소홀 우려를 이유로 거제시부시장 발령을 내지 않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더민주 지역위는 또 "부시장이라는 막중한 자리가 개인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돼서는 안된다"며 "서 부시장의 시장출마 의지와 정치적 편력 때문에 '선거용 거제시정'이 된다면 거제시 재도약의 골든타임을 놓칠 우려가 크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서 부시장은 재직기간 동안 일체의 선거운동용 또는 정치적 언행을 하지 않겠다고 대시민 공개 약속을 하고 이를 지킬 각오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 부시장의 차기 지방선거 출마를 가정한다면 가장 문제시 되는 것은 권 시장과의 관계설정이라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공통적 시각이다.
시장선거 출마를 위해 권 시장의 조직과 협조가 필요한 서 부시장의 입장과 권한을 나눠 갖기 꺼려하는 권력의 속성이 상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권 시장 입장에서는 서 부시장에 대한 공무원들의 과잉충성과 줄서기가 탐탁지 않게 여겨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곧 권력누수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서 부시장이 거제시민을 위한 행정가적인 입장과 권 시장의 비위를 거스를 수 없는 정치적 입장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친정(고향)에 와서 시집살이 아닌 시집살이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서 부시장의 현실"이라는 우스갯소리가 항간에 떠도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문제는 또 있다. 차기 시장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권 시장의 행보가 여전히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차기 지방선거에서 도지사 출마 의사를 공공연하게 언급하고 있는 권 시장이지만 정치적 상황변화에 따라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여기에다 권 시장 측근들이 차기 시장선거 출마를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권 시장의 행보는 뜨거운 감자로 여겨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개의 정당으로 갈라진 보수세력도 서 부시장으로서는 부담이다. 대통령 탄핵심판, 대선 등의 초대형 현안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지역 정치세력의 변화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한다면 서 부시장의 정치적 행보는 엇박자를 낼 수밖에 없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안을 인용한다면 급박하게 돌아가는 '대선시계' 속에서 제대로 된 포지션을 찾는 일 또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새누리당 내부적으로는 차기 시장선거 출마를 염두해둔 인물들 간 경쟁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당 내 권력투쟁의 본격화는 좋든 싫든 서 부시장의 정치적 행보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차기 시장선거 출마를 준비해온 인물들의 입장에서는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는 속담을 떠올리기 충분한 상황이어서 7대 지방선거전이 본격화 될 올 하반기까지 새누리당 내부적 변화를 예단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서 부시장은 "공무원 부임을 두고 정당에서 논평을 낸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며 "부시장으로 일하면서 맡겨진 임무를 소홀히 한 채 정치적 행보만 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현 시점에서 더민주의 문제제기는 의혹을 확대 재생산하는데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서 부시장은 "공무원 생활이 8년이나 남았다"며 "지역이 가장 어려운 시기임에도 정치적 이해관계만 따지는 일부 '정치꾼'들의 말에 놀아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