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선 전시장소는 옥포만이 마땅
거북선 전시장소는 옥포만이 마땅
  • 거제신문
  • 승인 2007.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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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호명/옥포2동 주민자치위원장

옥포에서 태어나 옥포만의 정기를 받으며 지금까지 살고 있는 나로서는 언제나 이 충무공의 옥포만 대첩의 현장 후예라는 자부심을 갖고 살아왔다.

매년 6월이면 벌이는 옥포대첩기념제때 옥포지역민이 주축이 되어 기획·연출하는 승전행차가장행렬 행사를 늘상 자랑으로 여기며 열악한 재정적 여건이라든가 부족한 인적자원을 무릅쓰고 여기저기 지원을 요청하며 시종 이 행사를 앞장서 추진하는 의미도 여기에 있다.

매일 새벽 5시에 기침하여 옥포대첩기념공원까지 산책을 하면서 가끔 느끼는 것은 이 공원주변에 펼쳐진 옥포만의 경관과 둘러싼 산야를 보라보며 왜적의 급소를 찾아 치명타를 가하겠다는 빈틈없는 지략을 꾀하는 이 충무공의 얼굴을 상상하면서, 그의 탁월한 지형지물의 이용지략과 지휘력에 경탄과 경외심을 느끼곤 한다.

지난 11월22일자 지역신문에서 반가운 기사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드디어 거제에서 거북선을 만들어 전시한다는 것이었다. 나도 모르게 이 기사를 단숨에 읽어내려 갔는데 이게 웬말인가. 이 거북선을 전시할 장소가 지세포만이라고?

순간 이건 뭐 몇몇 후보지 중 하나로 여긴 것이겠지하며 잠깐 위안을 삼으려다가 단순한 후보지가 아니라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우리 거제가 지향할 비전을 관광산업으로 돌리려는 데는 아무런 이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적극 환영하는 바이다.

다만, 옥포해전은 분명 선조 25년 5월7일 왜적이 스스로 점령축하잔치를 베풀다 이 충무공의 경천지략의 습격으로 대승을 거둔 임란의 첫 승전이자 해전 역사상 그 역사적 의의가 너무나도 지대한 대첩이었다.

이는 이 충무공의 23전 23승이라는 첫 승리의 시발이자 왜적의 승기(勝氣)를 끊게 하는 뜻 깊은 승전이 되었으며, 이를 계기로 비로소 조명(朝明) 연합군의 반전의 기회가 되었던 것이다.

참으로 그 역사적 의의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의 전사(戰史)를 다 통틀어도 이와 같은 통쾌한 승리가 거의 전무후무하였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거북선의 건조내력은 차치하고, 무엇보다 우리민족은 거북선이라고 하면 이 충무공을 떠올리게 돼 있다. 이 거북선은 임란해전사에서 그 상징적 의미와 함께 이 충무공의 대첩현장마다 드리워진 지울 수 없는 뚜렷한 그림자이다.

거북선이 자만에 빠져 곤드레만드레한 왜적들을 노려보며 서서히 다가오면서 유황불을 내뿜는 위용이야 말로 이 옥포만을 바라보는 이 후예의 눈에 너무도 선하게 감격어린 상상으로 벅차오른다.

거제시가 추진하는 조선테마박물관이라든가 경상남도가 추진하는 이순신프로젝트라든가 하는 사업은 이 남해를 끼고 사는 사람이라면 언젠가 해야 할 역사재현사업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한편 이 사업은 환영할 일이면서도 이 거북선의 전시장소가 지세포만이라는게 어떤 연관성이라든가 역사의 궤적을 꿰맞출 수가 없다.

조선테마박물관은 그야말로 조선역사의 내력을 밝혀 주는 공간이 될 것인데 굳이 거북선을 그곳에 전시한다는 것은 마치 거제지역 조선산업이 거북선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계기로 이어온 것인 듯 억지논리 이외에는 아무런 의의가 없다는 것이다.

거북선 그 자체 하나만으로도 우리 거제는 살아있는 임진왜란의 역사체험현장의 상징물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거북선은 조선(造船)역사의 한 종류의 선박이 아니라 우리민족이 일구어내야 할 승승장구의 미래의 마스코트이다.

결론적으로 거북선을 전시해야 할 장소는 지세포만이기에는 너무 아깝다. 굳이 해야 한다면 세계적 조선산업의 현장이자 옥포대첩의 현장인 옥포만이 우리 거제도에서는 가장 유일하고도 진정한 적지(適地)이다.

수적열세를 감수하면서 왜적을 섬멸하던 우리 조선수군의 의기(義氣)가 아직도 이 옥포만에는 살아있으며, 그분들의 우국충정과 살신성인의 의미가 퇴색(退色) 내지 변색(變色)되지 않도록 이제 후예인 우리들이 지혜로운 결정을 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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