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에게 100억도 주는 세상입니다
한 사람에게 100억도 주는 세상입니다
  • 거제신문
  • 승인 2007.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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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광 칼럼위원

100억(億)!
이게 얼마나 큰 수인지 실감이 가십니까?

저가 지난번 「윤일광의 원고지로 보는 세상」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1억을 세는데 1초에 1수를 세면 안먹고 안자고 안싸고 세어도 3년이 걸리고, 하루 8시간씩 세면 9년이 걸린다. 그러나 숫자 단위가 커지면 1초에 1수를 못 세므로 60년이 걸린다. 1억을 10원짜리 동전으로 붙여 놓으면 길이가 약 220㎞요, 높이로 쌓으면 약 10㎞나 된다.(10월 25일 거제신문)>

1억이 이럴진대 그럼 100억이면 100배를 해야 하니까 그냥 웃고 마는 게 편합니다. 숫자를 우리말로 나타내면 1은 「하나」, 10은 「열」, 100은 「온」, 1000은 「즈믄」이라고 합니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잘 아는 말입니다.

만(萬)은 쉽지 않겠지요. 「골」입니다. 잘 쓰지 않았기 때문에 낯설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혹시 「골백번」이런 말은 들어 보셨지요. 이 때 골이 바로 만을 이릅니다.
억(億)은 우리말로 「잘」이라고 이미 저가 위의 글에서 말했으니까 잘 아실 겁니다.

왜 이렇게 서두에 숫자놀음을 하고 있는지 이미 눈치 챘을 겁니다. 우리 사회를 일순 흔들어 놓은 삼성그룹 비자금 폭로사건의 주역인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전(前)법무팀장이었던 모 변호사가 회사 재직시절 100억 이상을 받았답니다.

그 뿐이 아니라 퇴직 후에도 3년간 고문변호사 월급이 매월 2,200만원이었다더군요.

지금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대기업의 도덕성 문제도 아니고, 그 변호사의 양심적 결단이든 아니면 개인적 한풀이를 위해 업무 중 취득한 비밀을 누설한데 대한 비난이든 그런 정치 사회적 골치 아픈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 사람에게 100억도 주는 세상인데 20만 인구를 가진 우리 거제시 장학기금 목표액이 20억이라면 속 터지는 일 아닙니까? 장학기금 설치연도가 1997년이니까 무려 10년이 지나도록 겨우 10억에 목매여 있다가 큰 맘 먹고 올린 게 20억입니다.

그렇게 해서 2007년도에 「지역 우수인재 양성」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4천8백만 원 장학금으로 쓰여 졌습니다.

그 잘난 변호사가 퇴직 후에 받은 월급 두 달 치 수준으로 1년간 지역 우수인재를 양성하고 있다면 아무리 생각해도 서글프기 짝이 없습니다. 도대체 지역의 우수인재를 양성하자는 것인지 아니면 생색용으로 구색이나 맞추어 놓은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엊그제 한국해양대학교 신임 총장의 첫마디가 학교발전기금 300억을 확보하겠다고 공언하는 것을 보았는데, 일개 대학의 1/15 수준에도 못 미치는 거제시 장학기금 이거 어찌하면 좋습니까?

적어도 거제시 장학기금이라면 천억은 조성되어야 합니다. 천억이라니까 20억도 억수로 많다는 좀생이 가슴으로는 놀라 숨이 막힐지 모르지만 무리한 발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것도 향후 3년 동안 천억을 조성할 수 있는 야심 찬 행정력이 보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시(市)가 해마다 1억원을 출연하는 방식으로는 꿈도 꿀 수 없습니다. 1억 원씩 천년이 지나야 천억이니까요.

우리 거제에는 삼성중공업도 있고 대우해양조선도 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9월에 거제, 고성, 진주, 통영지역 장학생 31명을 선발하여 1백 80만원씩 장학금으로 전달한 미담도 보았습니다.

현재 4년간 1백 60억 정도 장학금으로 환원한 건 박수를 받을 일입니다. 그러나 한 개인에게도 100억이나 주는 그룹이니까 거기에 비하면 자랑할만한 일도 못됩니다. 인재를 키우는 일은 기성세대의 의무라고 해야 옳습니다. 교육만이 우리의 희망이고 미래의 살길입니다.

내 자식·네 자식이 아닌 우리의 자식으로 책임을 져야 합니다. 거제에는 특수목적학교도 없고 영어마을도 없습니다. 다른 지역의 우수한 선생님이 오시려고 해도 방구하기가 어려워 포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장학기금은 장학금 주는 사업이 아닙니다. 장학(?學)은 학문을 장려하기 위해 실시되는 일련의 교육지원활동을 말합니다. 어떻게 거제시 장학기금 천억을 조성할 것인지 하는 공론이 이제부터 시작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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