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노는 보호수 지정·관리
따로 노는 보호수 지정·관리
  • 박양석 기자
  • 승인 2017.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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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지정 후 나 몰라라…시, 예산확보 전전긍긍

보호수와 관련한 업무가 경남도와 거제시에 각각 분리돼 있어 제대로 된 보호·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도내 보호수 지정권을 가진 경남도는 지정 후 실제 보호관리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예산배정이, 거제시는 소극적인 업무진행과 예산문제 등으로 보호대책이 시급한 보호수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벼랑 끝에 매달린 처지에 놓였다.

10여년 전 일운면 망치해변 낭떠러지에서 수백년을 뒤엉켜 살아온 푸조나무와 송악이 처음 발견됐다. 이 나무들은 수령이 300년 이상인 고목으로 경남도내 생립하는 덩굴식물로는 희귀수종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경남도는 송악 1그루와 푸조나무 2그루에 대한 보호가치를 인정해 보호수로 지정했다. 도내에서 송악이 보호수로 지정된 것은 망치마을 송악이 처음이다.

지난해 8월 경상대학교 환경산림과학부 김종감 교수(경남문화재위원)는 "망치마을 송악은 남해 도서지방에서는 보기 드문 수령으로서 250~300년으로 추정되고 푸조나무 또한 같은 수령"이라며 "이들이 생육하는 주변경사가 급해 붕괴위험이 있고 주변 개발로 인해 생육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어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거제시에 제출했다.

하지만 지정 후 3개월이 지났지만 보호수임을 알리는 표지판 하나 없는 실정이다. 이러는 사이 송악과 푸조나무를 지탱하고 있는 낭떠러지 흙과 돌은 하루가 다르게 유실되고 있다.

보호수는 산림보호법 제13조 및 경상남도 보호수지정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의해 경남도가 지정한다. 지난 10월7일 경남도는 송학과 푸조나무를 보호수로 지정고시하고 거제에 보호수를 위해 주변정리 및 표지석 설치와 관리대장 정리 등 차질 없는 보호수관리를 당부했다.

또한 보호수 관리예산이 2017년도 예산에 반영될 수 있도록 요청하며 망치 보호수를 포함한 25그루에 대한 도보조금으로 500만원을 배정했다. 하지만 시는 망치보호수 주변 낭떠러지의 사면붕괴 방지와 보호를 위해서는 1억여원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보호수에 대한 도 보조금은 각 지자체의 보호수 수량에 따라 나눠 배정되는데 2017년도 거제시에는 도·시비를 합쳐 1700만원이 책정돼 있다"며 "각 지자체의 자체예산을 포함해 보호·관리의 우선순위를 정해 예산을 투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호수를 위한 도보조금 지급이 올해 처음 실시되는 만큼 보조금 규모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시 관계자는 "망치보호수 관리를 위해 3000만원의 시예산을 확보했지만 이 일대 70여m에 걸쳐 사방사업이 동시에 진행돼야 보호수 주변의 사면붕괴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에 투입될 예산은 최소 7000만원에서 1억원 정도"이라고 예측했다.

사업비 확보와 관련해 이 관계자는 "이 곳은 기획재정부 소유로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관리하고 있어 사방사업을 위한 협의 또한 기획재정부나 한국자산관리공사와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예산확보를 장담하지는 못했다.

망치보호수를 최초 발견한 '거제 자연의 벗' 김영춘 대표는 "관광자원으로서 천연자연자원이 점점 더 중요시 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발굴이나 보호·관리가 부족하다"며 "거제해금강 사자바위의 천년송이 고사한 전철을 밟지 않도록 귀중한 자연자원을 보존할 수 있게 행정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망치마을 김남규 이장은 "평상시에는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는데 천연기념물로도 손색이 없는 귀중한 송악이 있었다는 것에 놀랐다"며 "보호수로 지정됐으니 시에서도 하루빨리 보호조치를 취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이장은 "주변 관광지에 비해 유명세가 떨어지는 망치마을이 이번 보호수 지정을 통해 거제의 대표적인 자연관광지로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현재 거제시에는 이번에 보호수로 지정된 송악 1그루, 푸조 2그루를 비롯해 느티나무 9그루, 팽나무 10그루, 모과나무, 감나무, 은행나무 등 모두 25그루의 노거수가 보호수로 지정·관리되고 있다.

한편 전라북도 고창 선운사 입구 송악은 1991년도에 천연기념물 제 367호 지정돼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으며 대표적인 명물로 인근 선운사와 더불어 연중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고창 송악은 둘레가 80cm로 수백년 수령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송악은 두릅나무과에 속하는 늘푸른 덩굴식물로 줄기에서 뿌리가 나와 암석 또는 다른 나무 위에 붙어 자란다. 잎은 광택이 있는 진한 녹색이고 꽃은 10월에 녹색으로 피며, 열매는 다음해 5월에 둥글고 검게 익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서남해안 및 섬지방의 숲속에서 주로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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