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는 지역 인문계 고교진학 新 풍속도
변하는 지역 인문계 고교진학 新 풍속도
  • 류성이 기자
  • 승인 2017.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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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권 학생들은 평준화 진행 중…선택 폭 넓어지며 검토 사항 늘어
농어촌 특별전형 대상 선정강화에…옥포·제일·연초고 희망 학생 늘어

2017학년도 지역 예비고등학생의 고등학교 진학이 마무리된 가운데 대학교 입시 전형에서 학생부 전형 차지 비중의 확대로 학생들의 지역 내 인문계 고교 진학 성향도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지역 인문계 고교는 총 7개교로 2002년 4개교에 비해 3개 학교가 늘었다. 학생들의 학교 선택 폭이 넓어지면서 중학교 진로담당 및 중3 담임교사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연초중학교 김양순 교감은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것은 결정을 내리기까지 검토해야할 사항들이 많아졌다는 것과 같다"면서 "이전의 경험에 비춘다 해도 학생들의 성향도 다르고 각 고교마다 입시대응책이 변화하기 때문에 아이들에 대한 성향 파악만큼 고교 입시체제의 변동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대학입시 특별전형인 농어촌전형에 적용됐던 옛 신현읍(현 고현동)에 위치했던 거제중앙고등학교는 지난 2008년 신현읍이 4개동으로 분리되면서 고교 진학 경쟁률이 감소했다.

반면 2016년도 대학입시부터 농어촌 특별전형 대상자가 면지역 거주 및 진학 3년에서 최소 6년으로 늘어나면서 면 지역 중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농어촌지역인 거제옥포고?거제제일고?연초고등학교로 진학을 희망하는 경우가 이전보다 늘어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교사경력 13년차인 거제중앙고 A교사(39)는 "현재 거제옥포고와 연초고에 면지역 상위 2%내외 학생들이 몰리는 현상이 있다. 이는 10년 전 거제중앙고와 동일하다"면서 "입시제도와 행정구역이 바뀌면 그 영향에 따라 고교 진학생 현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교사는 또 "10년 전과는 달리 부모와 학생 모두 6년 이상 면 지역에 거주해야 농어촌 특별전형에 지원할 수 있게 되면서 지역 간 교육 편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의견이 곳곳에서 들린다"고 덧붙였다.

경상남도 교육청의 올해 거제지역 인문계 고교 신입생 재학현황에 따르면 각 고교 별 상위권 그룹의 최고점이 2.59%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 거제시가 비평준화지역으로 고입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상위권 그룹은 이미 평준화가 진행됐다는 것을 뜻한다고 도교육청은 설명했다.

도교육청 중등장학담당 관계자는 "거제시는 현재 고교평준화를 주장하는 집단과 비평준화 현상유지를 주장하는 집단 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대입에서 학생부 전형의 비중이 커지면서 고등학교 간 상위권 격차가 크지 않다는 것은 상위권에서부터 평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고 밝혔다.

반면 수월중학교 B교사(교직경력 16년)는 다른 해설을 내놨다. B교사는 "지역 고교 상위권 학생들의 성적 차이가 감소한 것은 그만큼 아이들의 선택이 다양해졌고 중학교에서 노력한 결과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비평준화지역의 유리한 점에 맞춰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확대하기 위해 입시철 3학년 담임교사는 그야말로 전쟁"이라고 말했다.

올해 고교를 진학하는 상위 4% 이내 학생 16명을 취재한 결과 고교 선택의 가장 큰 이유는 '집과의 통학거리'였고, 두 번째는 '학교 내 성적 입지'였다.

김정우 군은 "각 중학교 마다 잘하는 친구들이 한 곳에 모이면 자칫 성적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 고교 원서 접수 하루 전까지 거제고와 연초고를 두고 고민을 했다"면서 "예전부터 특정 학교에 확고한 의지가 있지 않는 이상 한 번쯤은 다 고민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성지중학교 C교사(교직경력 31년차)는 "중위권 아이들의 고민은 확대되는 내신전형에 자신은 없고 한번뿐인 수능에만 몰두하자니 불안하다는 것을 반증한다"면서 "처음부터 '내신은 포기하려고요'라고 말하면 실은 고마울 정도"라고 솔직한 심정을 내비쳤다.

C교사는 "동일 시간에 원서접수가 마감되기 때문에 중위권 학생들이 어느 고교에 얼마나 몰리는지 알 수가 없어 온갖 인맥을 다 동원해 다른 학교의 정보를 얻지만 한계가 있다"면서 "고교 입학 뒤 후회하는 얼굴로 찾아오는 제자들 볼 때마다 죄책감이 밀려올 때가 있다"고 말했다.

해성고에 진학예정인 김나래 양은 "진로가 정해진 예체능계 친구들은 학교 선택이 조금 더 분명한데 반해 대부분의 친구들은 선생님의 정보와 부모님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입시 상담을 할 때 '용 꼬리와 뱀 머리'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듣는데, 용과 뱀의 중간은 안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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