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공주지방 민속에 「디딜방아 액막이」가 있다.
디딜방아는 갈라진 방아다리에 사람이 올라가 박자에 맞추어 힘을 주면 공이가 확으로 내려가 그 곳에 넣어 둔 곡식을 찧는 농구다.
그 갈라진 모양이 성적(性的)유감임은 쉽게 알 수 있다. 가뭄이 들거나 마을에 역질이 번지면 마을 아낙들이 디딜방아 양다리를 하늘로 향하도록 거꾸로 세워 놓고 그 갈라진 곳에 여자의 속곳을 벗어 걸쳐 놓는다.
속곳은 달거리 중인 과부의 것으로 피가 많이 묻을수록 좋다. 그러면 하늘이 비를 내린다. 사람들은 비를 하늘의 정액이라 여겼기 때문인지 모른다.
전남 진도에서는 지독한 가뭄이 계속되면 여자들이 종이탈을 쓰고, 장대에 달거리 속곳을 걸고 양푼을 두드리며 굿판을 벌린다. 이 제의(祭儀)는 해방 전까지 있었고, 1980년대에 재현되기도 했다.
전남 곡성·장성 이 지역에서는 동네 아낙들이 모두 안산에 올라 일제히 오줌을 눈다. 신성한 곳을 여자들이 오줌으로 더럽혀 놓으면 하늘이 노하여 즉시 비를 내려 그 곳을 깨끗하게 씻어 준다고 믿었다.
경주에서는 여자 무당이 음탕한 춤을 추면서 속곳을 벌렁거리기도 하고 저고리 깃을 들어 유방을 들썩이면서 음기를 발동시켜 비를 오게 했고, 공통된 풍습으로는 여자들이 강에 나가 키에 물을 퍼서 몸에 쏟아 붓는 의식은 여러 지방에서 보인다.
기우제에 여자가 동원되는 것은 동서양이 같다. 게르만족은 처녀를 발가벗기고 물을 뿌리고, 동유럽에서는 나체 소녀들이 온 몸에 꽃으로 장식하고 춤을 추며 마을 돌면 사람들이 물을 뿌리며 비 오기를 빈다. 이를 도도라라 한다.
공식적인 기우제는 왕이나 제사장, 관리나 마을의 장로가 하지만 민속에서는 여성의 역할이 대부분이다. 양(陽)인 하늘과 음(陰)인 여자가 의례의 중심이 되어 자연의 조화를 기대했던 것이다.
석 달 가뭄에 미국 조지아주는 의사당에서 침례교 목사 등 약 300여명이 모여 주지사가 집전하는 기우제를 지냈다는데 이들이 음양의 조화를 아는지 모르겠다. (san109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