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은 터뜨리고 액운은 깨뜨린다'
'복은 터뜨리고 액운은 깨뜨린다'
  • 박양석 기자
  • 승인 2017.0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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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대보름 체험한마당'…일운면 거제조선해양문화관서

"와자작~ 와자작~"

부럼 깨는 소리, 아니 복이 터지는 소리다. 이빨 두서너개쯤 없는 것이 오히려 귀여운 아이들이 부럼을 깨는 동안 옆에서 지켜보던 구경꾼들은 잘했다는 격려와 함께 박수세례를 보낸다.

조류독감으로 거제지역 실외 공식행사들 대부분이 취소된 2017년 정월 대보름 해양관광개발공사(사장 김경택·이하 공사)는 지난 11일 일운면 거제조선해양문화관 1층에서 '대보름 체험 한마당' 행사를 개최했다.

액운을 막고 건강을 기원하는 전통문화를 되새기고자 마련된 이날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과학체험 LED 쥐불놀이만들기·부럼깨기·페이스페인팅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경험했다.

부모들의 손을 이끌고 모여든 이빨 빠진 '개우지'들이 행사장을 들어서자 주최측에서 나눠주는 부럼 주머니를 하나씩 받아든 아이들은 부모들과 함께 부럼을 깨뜨렸다.

올 한 해의 복을 터뜨리고 액운을 깨뜨린 것이다. 어떤 아이는 땅콩을 겉껍질 채 씹다가 찡그린 표정으로 엄마를 쳐다보기도 하고, 침 섞인 부럼을 내뱉어 주위 사람들로부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한쪽에서는 달보다 뽀얀 얼굴에 달토끼를 그리기도 했다. 아이들은 달토끼가 그려지는 동안 두툼한 겨울외투에 목을 묻고 긴장한 표정으로 눈만 깜빡였다. 색색깔 달토끼는 이날 하루 대보름을 아이들과 함께 보냈다. 자신의 키만 한 윷을 하늘높이 던지기도 하고 투호를 던지기도 했다.

투호장에서는 수십 개의 살을 던지고서도 아쉬운 나머지 주워 던지기를 반복하니 항아리는 이미 배가 불렀다. 또 다른 아이들은 비틀거리는 팽이를 요리조리 쳐다보며 치고 또 쳐 본다. 하지만 여전히 술 취한 듯 움직이는 팽이들뿐이다.

이를 지켜보던 아버지는 어린시절 추억을 되뇌이며 자신있게 나서지만 팽이를 쫓아다니기 바쁘다. 아들의 팽이와 크게 다르지 않자 무안해 웃기만 한다. 할아버지께서 던져주는 제기를 손녀가 받아 차는 모습도 보였다. 연신 거듭되는 헛발질에도 할아버지 눈에는 손녀가 예쁘고 귀엽기만 하다.

과학체험 LED 쥐불놀이 만들기에는 20여명의 어린이들이 참가해 쥐불을 직접 만들었다. 직접 만든 쥐불을 돌리며 원심력이라는 과학체험도 함께 했다.

김나현 어린이(12·상동초)는 "쥐불을 만들어 본 적이 없어 처음엔 좀 생소하고 어려웠지만 만들면 만들수록 흥미롭고 재밌었다"며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는 놀이가 대부분인 요즘 쥐불을 직접 만들어 돌리며 땀을 흘리니 몸도 마음도 튼튼해지는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이 밖에도 배 모양의 놀이터인 유아조선소는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색다른 구조의 놀이터에 한 번 들어간 아이들은 나올 줄을 몰랐다. 땀범벅이 돼도 지칠 줄을 몰랐다.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가 마련한 이날 행사는 대부분의 야외 대보름 체험행사가 취소되는 상황에서 마련됐다.

공사 측은 가족들에게 다양한 민속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지난해 소규모였던 대보름 체험행사를 확대해 마련했다고 밝혔다. 준비한 부럼 복주머니는 오후가 되자 동났으며 인터넷으로 신청을 받은 체험참여 프로그램은 모두 정원을 초과해 참여하지 못한 아이들은 내년을 기약해야만 했다.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옥일권 관광팀장은 "요즘 관광의 형태가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체험하는 관광으로 변하고 있어 이번 대보름 체험 한마당 행사를 개최하게 됐다"며 "젊은 부부가 많은 거제지역의 특성상 이러한 가족단위 체험관광자원의 개발이 더욱 활발하게 이뤄져 시민들이 여유와 활력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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