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허술했던 5700억원 외자유치 설명회
너무나 허술했던 5700억원 외자유치 설명회
  • 최윤영 기자
  • 승인 2017.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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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동케이블카 투자 확약식, 지난 16일 삼성호텔서…'투자'도 '확약'도 없었다
▲ 거제학동케이블카 및 부대시설 5억불 투자확약 체결식이 지난 16일 장평동 삼성호텔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이날 거제관광개발(주)는 거제시의 CI를 허가없이 무단으로 사용해 초청장을 발송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5700억원을 투자한다고 알려졌던 세계고령화연구재단은 '투자가 아니라 대출'이라는 모호한 말을 한 후 자세한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 의혹을 남겼다.

사업비 500여억원을 조달하지 못해 지난해 8월 착공식만 하고 1년6개월간 표류하고 있는 학동케이블카 사업이 뜬금없는 투자협약 발표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난 16일 장평동 삼성호텔에서 진행된 '거제학동케이블카 및 부대시설 5억불 투자확약 체결식'은 기대와 달리 '투자'도 '확약'도 없었다.

앞서 거제관광개발(주) 측이 이날 행사 초청장에 거제시 CI를 인쇄해 보냈으나 이는 거제시의 허가없이 무단으로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우리 돈으로 5700억원을 투자한다고 알려졌던 세계고령화연구재단의 박항진 총재는 "투자가 아니라 대출", "3억달러가 될지 6억달러가 될지 모르지만" 등의 모호한 말을 남기며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박 총재는 이어지는 질문에 "내가 하는 일을 꼭 알아야겠나. 돈 장사한다. 돈 장사에게 어떻게 (자본조달을) 할지 물어보면 잘못된 것"이라며 "(투자)액수는 불문에 붙이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더구나 행사를 주도한 거제관광개발(주)가 배포한 자료에는 세계고령화연구재단과 박항진 총재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없었다. 게다가 사업을 어떻게 진행할지, 자본 조달은 어떻게 할지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이 단지 케이블카의 기계적 구조 설명만 있을 뿐이었다. '거제 학동 관광용 곤돌라 제안서'라는 자료의 이름이 무색한 상황이었다.

행사장에서는 세계고령화연구재단의 자본조달 능력에 우려를 표시하는 질문이 계속됐고 결국 거제관광개발(주)의 강대오 대표가 입을 열었다.

강 대표는 "세계고령화연구재단 본부는 서울에 있고 자본은 미국에서 투입한다고 알고 있다. 현재 공증절차를 밟고 있으며 3~4월 중에 자본이 유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 대표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이날 설명회를 '5억불 투자확약 체결식'으로 명명했기에 당초 기대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반응이 행사가 끝나고 나서도 이어졌다.

더구나 거제시가 몇 차례 기한을 어긴 사업자에게 이달 말까지 착공계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사업 취소 의사를 전달했기 때문에 이번 설명회 자체만으로는 사업이 순항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대해 거제시 관계자는 "시청 직원이 가긴 했지만 개인 자격으로 갔다"며 "아무리 큰 자본을 조달할 수 있다고 말해도 실제로 돈이 들어와야 되는 것 아닌가"라며 시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음을 확인했다.

이처럼 기존 사업비의 10배가 넘는 거액의 실체와 투자 실현가능성 등을 놓고 일각에서는 시간을 벌기 위한 목적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전에도 거제시의 사업권 회수 압박에 사모펀드 자금 수혈을 공언하며 시한을 연장한 뒤 흐지부지된 적이 있어서다.

한편 학동케이블카 사업은 당초 420억원을 투입해 오는 2017년 3월 준공 예정이었다. 학동고개와 노자산 전망대를 잇는 총 연장 1.93㎞로 곤돌라 8인승 52대가 운행하며 시간당 2000명, 하루 최대 1만 8000명을 수송할 수 있다.

거제시는 그동안 수차례 착공 기한을 연기한 만큼 이달 말까지 공식적으로 착공계를 제출하지 못하면 예정대로 인허가를 취소한 후 대체 사업자 물색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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