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공간 보다 상대적으로 좁은 주민공간 개선 필요
업무공간 보다 상대적으로 좁은 주민공간 개선 필요
  • 박양석 기자
  • 승인 2017.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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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 "주민센터 비좁아 상담공간 확대 어려워"
주민들, "주민 서비스 공간 우선순위 높여야"

거제지역 몇몇 주민센터 안의 민원상담 공간이 안쪽 공무원들의 업무공간보다 상대적으로 좁아 불편하다는 일부 주민들의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주민센터마다 1층에 자리하는 민원상담 공간이 주민들을 위한 서비스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우선적인 배려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 거제면사무소는 좁은 민원공간에 상담용 의자와 서류작성대까지 놓여 있어 더 복잡하고 좁아 보인다.

민원공간 '좁고', 업무공간 '넓고'

실제로 거제지역 주민센터는 민원상담 공간이 상대적으로 좁고 오히려 뒤쪽에 있는 업무공간이 더 넓었다. 확인결과 2006년에 리모델링한 거제면사무소의 경우 민원상담 공간이 공무원 업무공간의 4분의1 정도에 불과했다.

더구나 옥포2동·상문동 등 도심지역은 민원상담 공간에 주민들로 가득 들어찬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옥포2동 행정복지센터는 하루 최대 300여건, 상문동 주민센터는 600~700여건의 민원을 처리한다.

주민들과 공무원 사이를 가르는 벽 안쪽의 업무공간도 넓다고 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민원상담 공간과 비교하면 여유가 있는 편이다.

상대적으로 좁은 민원 공간에는 서류 작성대와 상담용 의자가 여러 개 들어가기 때문에 주민들이 편하게 머무를 수 있는 면적은 더 줄어든다.

민원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서로 간에 신체접촉이 벌어질 정도라서 만약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들어오기라도 하면 커다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지난 16일 근처 주민센터를 찾았다는 A(74)씨는 "민원이 많은 시간대에는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다녀야 한다"며 "민원창구가 아무리 바쁘고 북적거려도 공무원들의 업무 공간은 언제나 한산했다. 공간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 아주동 주민센터는 안내데스크가 너무 높고 상담용 의자도 없어 주민은 선 채로 안내데스크에 매달려 민원을 처리하고 있다.

주민센터 "전체적 모든 공간 부족"

해당 주민센터들은 전체적으로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민원상담 공간도 넓게 배정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건물을 증축하기 어려운 주민센터도 있고, 신축을 하려고 해도 예산이 많이 필요하므로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는 것이다.

사실 주민센터 하나를 건립하려면 적어도 수입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예산을 마련한다고 해도 건물을 지을 땅이 있어야 하는데 이마저 어려운 경우가 많다.

건물 자체가 비좁아 민원상담 공간이 항상 혼잡한 고현동 주민센터의 경우 2011년에 사업비 60억원을 들여 지하1층 지상5층 연면적 3000㎡ 내외로 건물을 지으려고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지금 있는 자리에서는 기존 건물을 철거하지 못해 새 건물을 지을 수 없었고, 고현동 안에 적당한 새 부지가 없어 결국 신청사 건립이 무산됐다. 현재 고현동 주민센터 건물은 옛 거제군청이 쓰던 곳으로 보존가치가 있기에 철거가 불가능하다.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일부 주민들은 비좁은 건물이지만 그래도 민원상담 공간을 가장 우선적으로 배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B(37)씨는 "건물 넓이가 충분하지 않으니 민원인과 공무원들이 넉넉한 공간을 쓰기 어려운 실정임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움직임이 많은 민원상담 공간이 대부분 앉아서 일하는 업무공간보다는 넓어야 한다"며 "주민센터라는 이름대로 주민들을 위한 서비스 공간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재정이 아니라 인식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 옥포2동 행정복지센터의 민원공간은 방문한 주민들로 붐비지만 뒤편 업무공간은 한산하기만 하다.

"주민 공간이 1순위라는 인식 필요해"

전문가들은 주민센터 건물이 비좁더라도 주민 편의를 위한 노력을 꾸준하게 하는 다른 지역의 사례가 있다고 언급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주민센터는 민원실 혼잡도를 낮추고자 주변 업무용 빌딩 연결통로에 현장민원실을 열었다. 민원인들은 주민센터까지 가지 않아도 가족관계증명서 같은 기본적인 서류를 간편하게 발급받을 수 있다.

경기도 여주시 중앙동 주민센터는 민원실과 붙어있던 동장실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고 아름다운 조명을 설치해 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주민센터는 민원실 안에 주민과 공무원 사이를 가르는 벽을 과감하게 없앴다. '통합 코디네이터'라고 부르는 직원이 입구에서부터 친절하게 방문 목적을 물어보고 관련 공무원을 연결해 주기에 주민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다.

연희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행정서비스는 공급자 중심이 아니라 수요자 중심이 되어야 한다지만 인식의 변화가 따라줘야 실천할 수 있다"며 "민원실은 주민센터의 얼굴이고 주민들이 주인공인 공간이어야 한다는 인식의 확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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