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작은 친절이 모두 소중하지요"
"크고 작은 친절이 모두 소중하지요"
  • 문지영 기자
  • 승인 2017.0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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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등산객에 발벗고 도와준 임덕금씨

"아주머니, 저희를 좀 도와주시겠어요?"

임덕금(62·장목면)씨는 자신을 부르는 듯한 애절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등산복을 입은 중년 남녀가 자신의 집 마당을 들어서고 있다. 한눈에 보기에도 초췌한 모습이다.

"저희가 대금산에 등산을 왔는데 길을 잃었어요, 도대체 이곳이 어딘지…."

불안한 눈동자의 여성과 그를 부축하고 선 남성은 그렇게 다가섰다. 지체할 것 없이 차에 시동을 걸었다. 늘 있는 일처럼 다정하지도 무뚝뚝하지도 않은 일상의 모습으로 그는 도움을 주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부산의 집으로 돌아온 권인달(53)씨는 고민에 휩싸였다. 세상에 작은 친절은 없기에 어떻게든 보답을 하고 싶었다.

아내와 오랜만에 여행, 봄이 벌써 마음에 와 있는 듯했다. 내비게이션의 도움으로 어렵지 않게 도착해 주차를 하고 등산을 시작했다. 차의 위치를 잊을까 휴대전화로 사진도 찍어 놨다. 좋았다. 평일 오전의 등산이라 등산객이 많지 않아 더 좋았다.

문제는 하산을 하면서 발생했다. 잘못 접어든 오솔길은 가도 가도 풀뿐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다리가 풀려버린 아내는 탈진상태로 접어들고 있었다. 그제야 생각난 휴대전화는 온데간데 없다. 차안에 두고 내린 것이다. 부랴부랴 아내의 휴대전화를 챙겨들었지만 여기가 어디인가. 위치를 모르니 자신이 한심할 뿐이었다. 그때 발견 한 것이 임씨의 집이다. 절골마을에서 제일 높은 집, 그 집 앞에 있는 임씨를 발견했다.

그렇게 자신은 손을 내밀었고 임씨는 내민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그런데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있을 줄 알았던 주차장은 보이지 않았다. 40분이 넘는 시간을 허비하며 연초면 명동리까지 돌아다니면서 찾아 나섰다. 결국 발견한 자신의 차 앞에서 권 씨는 울음이 북받쳤다. 50평생 한 번도 본적 없는 여인이 이렇게 고맙고 감사할 수 없었다.

권씨는 "고향의 느낌이었다. 사라져 가는, 사람에 대한 정을 받았다"고 회상하며 "다음 달 친구들과 거제를 찾아 인사도 드리고 재미있게 지내고 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거제시 장목면사무소와 본사에 전화를 걸었다. 큰 도움을 받았으니 임씨에게 상장이라도 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던 임씨는 기자의 방문에 손사래를 치며 "받을 마음이 된 사람한테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내가 더 행복하다"고 말할 뿐이었다.

이야기를 전해들은 주변 사람들은 좋은 사람과 좋은 사람이 만났다며 즐거워하고 있다. 전생에 어떤 인연이 있었는지는 모르나, 평생 얼굴 한번 보지 않았던 사람들이 서로에게 고마워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이다.

"작은 베품이 이렇게 큰 행복을 낳는구나 싶어서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한다"는 임씨는 "거제에 놀러 와서 많이 팔아주고 가겠다는 그분의 말에서 정을 느낀다. 작은 친절로 거제를 알리려는 지역민의 마음을 읽어준 것 같다"고 밝게 웃었다.

이어서 "내 고향 거제가 좋아서인지 내 고향을 찾아온 사람들의 기대에 부푼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며 "내 주변을 챙기는 정도밖에 하지 못하는 촌부(村婦)인 내가 손님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친절밖에 없다. 그래서 거제를 좋아하게 되고 또 오고 싶어진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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