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주차장 속 '미(美)'를 찾아
도심 주차장 속 '미(美)'를 찾아
  • 류성이 기자
  • 승인 2017.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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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타워 외벽 '꾸며보자'…공공디자인 필요성 주장
▲ 최근 거제지역에 타워형 주차장이 늘어나면서 삭막한 도시환경의 변화를 위해 주차타워 외벽에 공공디자인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사진은 고현동 부산은행 옆의 주차타워

주차할 곳이 부족한 거제지역에서 타워형 주차장이 늘어나고 있어 외벽을 아름답게 꾸며보자는 여론이 만들어지고 있다.

타워형 주차장(이하 기계식 주차장)은 주차공간이 부족한 중심 상업지구에서 좋은 대안이지만 도시경관을 해친다는 단점이 있다.

주로 철제골조와 회색 콘크리트를 써서 높게 만들기 때문에 보기에는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또 한 번 설치하면 30년 넘게 장기간 사용하므로 시간이 지날수록 외관이 낡은 모습으로 변하게 된다.

거제지역의 한 기계식 주차장의 경우 콘크리트 외벽에 사업장의 이름만 페인트로 크게 적혀 있다. 군데군데 철제 골조가 녹이 슬어 미관을 해친다. 사업주도 겉면을 아름답게 단장하고 싶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일단 주차장 사용에는 지장이 없어 계속 미루고 있다.

전통시장에 설치해 공영주차장으로 쓰는 기계식 주차장도 비슷한 형편이다. 많은 예산을 투입해 만들었지만 정작 도시경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공공디자인의 요소는 배제됐다. 외벽을 잘 꾸미면 전통시장의 명물로 자리잡을 수도 있었지만 현실은 정 반대라는 것이다.

고현동민 임재유씨(38)는 "2년 전에 주차타워가 생겨서 부족했던 주차공간에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회색 일색인 외부 디자인은 아쉽다"며 "공공디자인에 관심을 기울여 1층의 노상점포와 주차장 건물을 멋진 모습으로 연결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승리씨(31·장평동)도 "시에서 거제시 전역을 복합관광단지로 만들겠다는 말을 들었다. 그렇게 하려면 도시를 황량하게 만들고 있는 주차타워를 잘 꾸며야 한다"며 "발상의 전환을 한다면 자칫 보기 싫을 수 있는 주차타워가 지역의 문화적 자본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했다.

▲ 최근 거제지역에 타워형 주차장이 늘어나면서 삭막한 도시환경의 변화를 위해 주차타워 외벽에 공공디자인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사진은 옥포동 장승포농협의 주차타워.

거제시가 고현종합시장에 이어 옥포종합시장에 기계식 주차장을 세울 예정이지만 아직까지 외벽 디자인에 대한 계획은 불분명한 상황이다.

지하1층·지상4층 크기로 주차장이 만들어지면 현재 35면에서 120면으로 주차할 곳이 늘어나 숨통이 트인다. 그렇지만 총 사업비 52억원을 책정해 오는 7월부터 기본 및 실시설계를 시작할 예정임에도 공공디자인에 관한 고민은 아직 부족하다.

해당 주차장 건설사업의 주무부서인 거제시 조선해양플랜트과 관계자는 "전통시장 고객의 접근성만 생각했지 미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이제부터라도 옥포공영주차장 설계를 진행할 때 주변환경과의 조화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옥포종합시장이 중심상업지구에 있어 공공디자인적인 요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몇몇 지자체와 기업들의 모범적인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혐오시설로 전락할 수도 있었지만 발상의 전환으로 '랜드마크'가 된 구조물들이 있다.

전남 여수시는 사용하지 않아 방치된 시멘트 사일로를 재활용한 디자인 박람회를 열어 혐오시설과 시민들과의 거리를 좁혔다. 경기 광명시도 혐오시설인 소각장을 주변 자연과 어울리는 동화 속에 나오는 집처럼 디자인해 기존의 인식을 바꾸는데 성공했다.

울산 남구는 디자인 특화거리인 '왕생이 길'을 조성하면서 그에 어울리는 지하주차장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포스코의 사례는 민간기업이 공공디자인을 적용한 경우다. '철강에 디자인을 입히다'를 주제로 새로운 색감의 디자인을 도입한 철제건물을 세웠다.

도시경관 주무부서인 거제시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거제지역 관광지를 중심으로 마을색감 디자인사업을 실시하고 있지만 정작 도심지역의 공공디자인에는 관심이 부족했다"며 "도심 주차시설의 디자인화가 실제 사업으로 시작될 수 있도록 관련 부서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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