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대우조선해양 운명 가른다
국민연금, 대우조선해양 운명 가른다
  • 최윤영 기자
  • 승인 2017.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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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은 신규지원 '동의'…연기금, 여론 때문 '고심'
▲ 대우조선해양의 협력회사와 조선해양기자재 조합 관계자 등이 정치권을 방문해 신규 지원의 필요성을 말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운명이 국민연금의 판단에 따라 결정될 조짐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신규 지원은 은행권과 기관투자자 등 채권단의 고통 분담을 전제로 한다. 빚을 주식으로 전환하거나 채권 만기일을 늦춰주는 식이다.

우선 은행권의 고통 분담은 큰 문제가 없다. 이미 수조원을 떠안은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은 물론이고 민간은행 역시 사실상 정부의 통제 아래에 있어서다.

민간은행의 출자전환 추산액은 KEB하나은행 3600억원, KB국민은행 960억원, 우리은행 800억원, 신한은행 770억원 등이고 모두 신규지원에 동의한 상태다.

관건은 대우조선해양의 채권을 많이 가진 기관투자자들의 판단이다. 대우조선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회사채 50%를 출자 전환하고 나머지를 3년 만기 연장하는 채무조정 방안을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오는 17일 정도까지를 결정 시한으로 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회사채는 국민연금공단이 가장 많이 가지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30% 정도인 3900억원을, 우정사업본부와 사학연금공단이 각각 1800억원, 1000억원으로 뒤를 잇는다.

국민연금 입장이 결정되면 다른 대형 기관투자자들은 그대로 따를 가능성이 크다. 대우조선해양의 목줄을 국민연금이 쥐고 있는 것이다.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국민연금은 정부안에 찬성하기 어렵다. 특정 기업에 특혜를 주려고 국민의 노후자금을 까먹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앞서 국민연금은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려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손을 들어줘 큰 손실을 입었다.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이 국민의 노후자금에 1000억원대 손해를 입힌 혐의(배임)로 구속됐다.

게다가 국민연금은 대우조선해양 주식에 투자해 이미 큰 손해를 봤다. 지난 2014년말 9월 기준 대우조선해양 주식의 국민연금 지분율이 8.1%였고 '어닝쇼크'로 대량손실이 발생했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로 손해를 봤다며 489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태다.

국민연금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은 "찬성, 반대의 경우를 법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조만간 회의를 소집해 심의할 예정"이라며 결정을 미루고 있다.

국민연금의 고민이 깊어가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국민연금이 정부 요청을 거스를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국민연금 스스로 판단하겠지만 정부 안에 동의 못하면 P플랜을 가야 하는데 손실이 더 클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잘 판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P플랜은 '프리패키지드 플랜(pre-packaged plan)'의 줄임말로 초단기 법정관리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채무는 동결되지만 신규 자금을 받기 어렵다.

반면 워크아웃은 신규 자금을 받을 수 있지만 새로 받은 돈을 기존 채무를 갚는데 써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P플랜은 단기적으로 양쪽의 장점을 모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P플랜이 가동되면 대우조선해양은 이른바 '질서있는 퇴진'에 들어가게 되므로 거제지역과 산업 전반에 미치는 충격파가 매우 커진다.

이를 두고 국민연금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청산될 경우 피해액이 적게는 17조원, 많게는 59조원에 달한다는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22일 보도자료를 내고 피해액 59조원은 객관적으로 검증된 숫자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은 4월초에 심의·의결기구인 투자위원회를 열고 대우조선해양 신규지원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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