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벚꽃
  • 거제신문
  • 승인 2017.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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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창 피어난 벚꽃을 보면 미국 초대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어릴 적 일화가 떠오른다. 워싱턴의 나이 여섯 살 때 도끼로 아버지가 아끼는 벚나무를 베었는데 화가 난 아버지가 다그칠 때 솔직하게 말하자 아버지가 용서해줬다는 이야기다.

1800년 초 로크 윔스가 쓴 '일화로 엮은 워싱턴의 생애'에 실려 있어 사실처럼 전해지지만, 기실 저자가 꾸며낸 이야기에 불과하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정직에 대한 좋은 예화로 널리 쓰인다.

벚나무는 한자로 앵(櫻:앵두나무 앵)이라고 쓴다. 앵두나무와 벚나무는 다르지만 식물분류 상 같은 속(屬)이다. 매화나무, 복숭아나무, 살구나무도 벚나무 속으로 열매를 보면 공통적으로 사람의 엉덩이 골처럼 특유의 세로줄이 있는 게 같다. 우리 생활에서 '벚꽃나무'라는 말을 흔히 사용하고 있는데 이 말은 표준어가 아니다. '벚꽃'이거나 '벚나무'로 구분하여야 한다. 벚나무에 피는 꽃이 '벚꽃'이고, 벚꽃이 피는 나무가 '벚나무'다.

해마다 4월1일부터 열흘 동안 진해에서는 벚꽃잔치가 열린다. 꽃터널을 방불케 하는 시내를 거닐면 마치 영화 속 주인공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 진해군항제는 진해구 재정의 1/4을 차지한다고 할만큼 관광수입이 어마어마하다. 사람들이 활짝 핀 꽃을 보고 즐기러 오는데 하필 올해는 축제의 중심인 식목일에 비가 오고 말았다. 작은 바람에도 마치 눈이라도 내리듯이 우수수 떨어지는 벚꽃의 낭만과 달리 비는 벚꽃의 화려함을 일순 비참하게 만들어 버리는 심술쟁이다.

벚꽃이 일본 국화(國花)라는 생각 때문에 벚꽃에 대한 우리 민족의 인상은 그렇게 좋지 않다. 그러나 일본은 딱히 국화로 지정한 일이 없다. 일본 황실을 상징하는 꽃은 국화(菊花)고, 일본내각의 문양은 오동나무다.

그러나 오랫동안 일본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꽃으로 일본문화의 상징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그런데 일본 벚나무의 원종이 제주벚나무라는 조사 연구가 속속 밝혀지면서 벚꽃이 일본꽃이라는 이유로 기피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그냥 꽃은 꽃으로 즐기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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